지난 16~18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북극서클총회에 참석한 외국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을 언급할 때마다 왠지 모를 자부심을 느꼈다. 한국은 '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 어업 방지 협정(CAOFA)'을 주도한 국가이자 국제해저기구의 탐사 허가를 받은 20여개 국가 중 하나로 북극권에서 인정받고 있었다.
한국이 언급될 때마다 중국과 일본도 함께 이름이 나왔다.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를 동시에 획득한 한·중·일 3개 나라는 '피어 그룹(peer group)'으로 경쟁과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 세 나라의 모습은 서로 달랐다.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서 북극권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인정받고자 했다.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GGI)'를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일본은 왕실 외교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일본 왕족의 총회 출현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일본 다카마도노미야 가문의 히사코 친왕비는 비북극권 국가 연사 중 유일하게 본회의 1부 세션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반면 한국은 아쉬움이 컸다. 북극항로 개척을 국정과제로 삼고,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해양수산부 장관이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바꾸는 등 커지는 내부적 관심과 비교해 총회 참석 규모 등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외교부 극지협력대표가 참석했지만, 정작 북극항로 관련 주무부처인 해수부에서는 산하기관 연구 인력을 제외하고는 갓 임용된 사무관 1명만 파견했을 뿐이었다. 2013년 시작한 북극서클총회는 북극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전 세계 70여개국 출신 총리·장관, 연구 기관 및 다국적 기업의 대표, 북극 원주민 공동체 대표 등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참가하는 만큼 더 많은 정부 인원이 참석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컸다. 국정감사 기간이 총회 개최일과 겹치는 상황이 무관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국제적 접촉면을 넓힐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됐다. 북극은 북극권 국가의 신뢰 없이는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이어서 더욱 아쉬웠다.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에 진정성이 있다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극지 정책은 과학 연구에서 과학 외교로 보다 더 확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외교부 극지협력대표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안 된다.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항로와 같은 기회도 찾아오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위기도 찾아온다. 전 부처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한국은 북극권 문제에 관해 국제 사회의 더 큰 신뢰를 얻고 주도적으로 국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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