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논단]김현지를 둘러싼 상황모형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방어적 침묵에 커져가는 대중 의문
해명 지연은 정치적 손실 키울 뿐

[논단]김현지를 둘러싼 상황모형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현지' 이슈는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협하는 '조·김·캄·부(조희대·김현지·캄보디아·부동산)'의 주축이다. 이명박 정권 초기에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의 위세를 풍자한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이 유행했다. 이 은유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키는 '만사현통'으로 18년 만에 부활했다. 일부 언론과 유튜브 채널은 "숨은 실세(SBS)" "그림자 실세(대전일보)" "여사급 영향력(진중권)"이라고 묘사했다.


김현지에 대한 공격은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다. 학자들은 대통령의 위기를 기간과 강도에 따라 즉각적 위기, 점진적 위기, 폭발적 위기, 만성적 위기로 나눈다. 이 대통령과 김 실장 측은 이번 위기를 점진적·만성적 위기로 보는 듯하다. 이렇게 판단할 때의 대표적 대응이 '무시'다. 김 실장은 어떠한 공개 발언도 하지 않고 있고 국회에도 나가지 않고 있다.

무시 전략은 대통령 방어에 일부 효과가 있다. 소수가 대통령을 공격할 때 대통령 측은 침묵함으로써 이 공격 내용이 다수 매체로 퍼지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내용이 널리 공유되면 무대응에 따른 대통령의 피해는 감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른다. 이 방어 이론에 따르면, 김현지 이슈에 대한 침묵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 이슈는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성공보수를 받을 권리를 김 실장에게 넘겨줬다는 한 매체의 보도로 촉발됐다. 제방에 난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듯, 이제 많은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은 여러 장르의 김현지 서사를 쏟아낸다.


김현지 관련 뉴스와 블로그에서 부정적 어휘의 비중은 78%(9월26일~10월25일·2만2594건·썸트렌드)였다. 김현지의 연관어는 "최측근" "만사현통" "산림청장" "경기동부연합" "국감 출석" 등 의문과 논란의 소재들로 주로 채워졌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실장은 국회 출석 관행이 있는 총무비서관에서 제1부속실장으로 옮겨졌다.


이 인사이동에 대해 '대의기관 출석 답변은 공직자의 의무인데 그냥 나와서 말하면 되지 않나' '얼마나 가까우면 이렇게까지 보호하나'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문자메시지 판결 보도, 성공보수 관련 보도, 성남 시절 SNS 게시물 논란 보도, 경기동부연합 논란 보도, 대장동 관련 보도, 인사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명쾌한 설명이 없을 때 대중은 상황모형으로 대형 사건을 판단한다. 일단 뉴스에 나온 사실관계를 파악한다. 여권의 권력 구도와 성향을 참고한다. 여야 공방의 상반된 관점을 비교한다. 이어 예전 문고리 권력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관한 집단적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정치 상황, 다양한 관점, 한국적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상식적으로 추론함으로써 대중은 김현지를 둘러싼 풍부한 상황모형을 만들 수 있다.


상황모형은 해명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스스로 생성된다. 예컨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관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는 오랜 침묵 끝에 애매하게 설명·사과했다. 대중은 그사이 김건희 상황모형을 이미 만들었고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권력자는 수적 우위를 방패 삼기보다 떳떳하게 해명하는 게 낫다. 진보 매체도 김현지 국회 출석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10월19~21일 조원씨앤아이·스트레이트뉴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4%는 출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침묵이 길어진다는 건 위기에서 벗어날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는 뜻일 수 있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