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경주, 낮보다 아름다운 밤
동궁과 월지, 신라 천년의 연못
첨성대, 별빛 아래 빛나는 상징
월영교, 황금빛으로 물든 다리
내주 APEC, 전세계 리더 집결
천년 고도 경주가 황금빛 조명으로 물든 빛의 도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신라 천년의 풍경은 낮과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역사문화 흔적이 칠흙 같은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 특별한 감성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한마디로 낭만감성이 그만입니다.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천년 고도 경주의 아름다운 명소들 중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곳을 골라봤습니다. 무엇보다 경주 야경 중에서도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소는 동궁과 월지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첨성대의 별빛, 월령교의 황금빛, 대릉원, 보문호 등 천년의 빛이 머무는 곳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문화유산이 도보로 이어져 있어, '야경 루트 여행'으로도 완벽한 코스입니다. 그럼 이 밤에도 황금빛 물결로 빛나는 경주의 특별한 밤으로 떠나보시지요.
# 천년의 달빛이 머무는 곳, 동궁과 월지의 밤
동궁과 월지(舊 안압지)는 신라의 궁궐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야경 명소다. 달빛과 조명이 어우러져 고요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궁과 월지는 어둠이 내린 뒤에 진가가 드러난다.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의 잔상 속에서 천년 전 신라 왕국의 기품과 예술혼이 되살아나 밤을 가장 찬란하게 수놓는 장소다.
동궁과 월지는 왕자가 거주한 곳이자 나라에 경사가 있거나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연회를 베푼 곳이다. 676년 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규모가 크고 호화로운 시설을 갖췄다. 월지를 만들고 5년 뒤에는 궁궐을 정비하고 동궁을 지었다.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신라인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러나 신라 천년의 사직을 마무리하는 장소도 이곳이었다. 경순왕이 고려 왕건을 초대해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며 항복 의향을 밝혔다.
'월지(月池)'라는 이름은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으며, "동궁에 아름다운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었다"는 구절로 그 웅장한 조경미를 전한다.
본래 '안압지(雁鴨池)'라 불리던 이름은 조선시대 이후 붙여진 것으로, 연못에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들었다는 뜻에서 유래됐다.
1970년대 대대적인 복원 발굴을 통해 이곳에서 청자·백자, 금제 장식품, 목간(木簡) 등 3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면서 신라 왕궁의 문화 수준을 입증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동궁과 월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변신한다.
은은한 전각 조명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고요한 연못 위로 조명이 반사되어,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며 신라 왕궁의 위용을 되살린다.
특히 달빛이 떠오르는 밤에는 연못 중앙의 조명과 하늘의 달이 겹쳐지며 마치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관광객들은 천천히 걸으며 연못에 비친 전각의 실루엣과 고궁 조명을 감상한다.
밤바람에 스치는 수면의 물결, 그리고 황금빛 불빛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리듬은 현대의 소음 속에서 잊고 지냈던 평온함을 되찾게 한다.
연못 가장자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어디서 찍어도 그림엽서 같은 장면이 연출되어, SNS에서도 '경주 인생샷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년의 별빛 아래 빛나는 경주의 상징
동궁과 월지를 나와 도보로 10여분 걷자 저 멀리서 첨성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왕릉단지내에 우뚝 솟은 첨성대가 오색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APEC 행사를 위해 준비한 미디어파사드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첨성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경주의 상징이다.
첨성대는 선덕여왕 16년(서기 647년)에 세워진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국보 제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총 27단의 돌로 쌓아 올린 구조는 신라인의 수학적 감각과 우주적 상징을 보여준다. 위에서 아래까지 약 9.17m의 높이로, 돌을 한 단 한 단 정교하게 쌓은 곡선미가 인상적이다.
특히 27단의 돌은 선덕여왕이 27대 임금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탑의 방향과 구조는 하늘의 별자리와 계절의 변화를 관측하기 위한 과학적 설계로 알려져 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첨성대의 부드러운 곡선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 주변의 하늘에는 실제 별빛이 흐르며 마치 신라의 천문학자들이 다시 하늘을 관측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최근 경주시는 '천년별빛길'을 조성해 첨성대 주변을 따라 산책하며 별빛 조명과 함께 고대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첨성대 주변은 넓은 들판과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다. 아이들에겐 생생한 역사의 체험현장이자 여인들에겐 로맨틱한 야경 테이트 명소가 되고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찾는 가족 단위 여행객은 첨성대 주변에서 별자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달빛이 비치는 다리, 월정교의 품격
첨성대를 지나 월성 방향으로 왕릉단지를 걷다보면 경주의 밤을 상징하는 황금빛 다리인 월정교가 나온다.
낮에는 고즈넉한 전통 건축의 멋을, 밤에는 찬란한 조명과 수면 위 반사된 불빛으로 한 폭의 예술을 선사한다.
신라의 건축 기술과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이 다리는, 천년의 시간을 넘어 경주의 품격을 다시 빛내고 있다.
월정교는 문무왕 19년(679년)에 건립된 신라시대 최대의 교량으로, 왕경(王京)의 궁성과 남천(문천) 남쪽 교외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의 이름처럼, 밤이면 남천(문천) 위로 달빛이 비추고 교각 아래 반사된 물빛이 어우러져 신라의 낭만을 느끼게 한다.
조선시대 이후 훼손되었던 월정교는 오랜 고증 끝에 2018년 완전 복원되어 현재는 목조 양식의 2층 누각 형태로 장엄하게 재탄생했다.
전통 건축기법을 그대로 살리되 현대 조명기술을 더해 낮에는 역사, 밤에는 예술의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한 것이다.
다리 전체가 조명으로 밝혀지면, 마치 신라의 왕이 행차하던 장면이 되살아나는 듯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교각 아래 흐르는 남천(문천)의 잔물결에 비친 조명이 일렁이며 '빛의 파도'를 만들고,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특히 다리 중앙의 누각에 오르면 남천(문천) 건너편으로 첨성대와 대릉원 방향의 불빛이 이어지며 황금의도시경주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또한 인근의 교촌마을, 서악서원, 남산방면 야경길과 함께 둘러보면 '빛으로 잇는 신라의 길'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다.
◆여행메모
야경이 아니어도 경주에는 볼거리가 넘쳐난다.
#불국사 석굴암
불국사와 석굴암은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이자 세계적인 보물이다. 불국사는 신라인들이 이상향인 불국토를 지상에 구현하고자 세운 사찰로, 종교적 상징성과 건축미가 조화를 이룬다. 대웅전 앞 청운교와 백운교는 하늘로 오르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다보탑과 삼층석탑(석가탑)은 서로 다른 조형미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석굴암은 동해 일출과 맞닿아 있는 인공 석굴 사찰로, 원형 배치의 보살상과 천왕상이 본존불을 둘러싼 구조가 특징이다.
#황리단길과 양동마을
황리단길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거리다. 감성 카페, 공방, 갤러리들이 즐비해 젊은 세대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낮에는 전통 한옥과 현대적 상점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이, 밤에는 청년문화가 뿜어내는 활력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황리단길은 이제 경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양반가옥이 잘 보존된 마을로, 현재도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어 '살아 있는 전통 마을'로 불린다. 좁은 골목길과 고택 곳곳에는 선조들의 생활 방식과 정신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보문관광단지
보문호는 사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경주의 대표적인 휴식처다.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가족 나들이객으로 붐비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 속에서 자전거와 유람선을 즐길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이 호수를 붉게 물들이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평온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황룡사터
황룡사터는 과거 신라 최대 사찰이자 동아시아 최대 목탑이 서 있던 자리다. 9층 목탑은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이었으나, 몽골 침입으로 소실됐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지만, 안내판과 복원 모형을 통해 당시의 웅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감은사지·대왕암
감은사지는 문무대왕이 세운 사찰로,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삼층석탑이 인상적이다. 탑 앞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맞닿아 왕의 호국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대왕암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문무대왕의 수중릉으로, 바다 한가운데 자리한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왕의 유언이 실현된 상징적인 유적지다. 특히 해가 떠오르는 새벽, 붉은 태양이 파도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경주=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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