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방미한 김용범 정책실장·김정관 산업부 장관 귀국
"핵심 쟁점에 양국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 지속"
현금투자 비중 줄이고·투자금 지급기간 늘리기 총력
'투자처 선정권'·'수익 배분' 방식도 주요 쟁점
협상팀, 시간보다 '국익'에 방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협상팀이 미국 측과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투자금 납부 방식과 현금 투자 비중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현금(에쿼티·equity) 비중을 최소화하면서,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수준인 연간 '150억 달러 이하'로 장기 분할 투자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협상팀은 속도보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APEC이라는 특정 시점에 구속되지 않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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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막바지 협상을 벌이기 위해 무박 3일 동안 방미 일정을 소화한 김 실장은 2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핵심 쟁점에 대해 아직도 양국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김 장관과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지난 22일 워싱턴D.C.를 방문한 뒤 귀국했다. 앞서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만난 직후에도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 잔여 쟁점에 대해 "아주 많지는 않다.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진입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다.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韓 협상팀, 현금투자 비중 줄이고·투자금 지급 기간 늘리기 총력

대미 투자 펀드 관련 협상의 핵심 쟁점은 현금 투자 비중과 투자금 지급 기간이다. 지난 7월 큰 틀의 한미 관세협상 타결 당시 한국은 현금 투자 비율을 최대 5% 수준으로 하고 나머지를 대출·보증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계획과 달리 일본과 협상 사례를 앞세워 3500억 달러 전액을 현금 '선불(up front)' 투자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한국 협상팀은 여러 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대규모 달러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충격과 '국익 최우선' 원칙으로 미국이 제시한 방식으로는 근본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꾸준히 설득했다.


현재 협상팀은 현금 투자 비중은 최소한으로 하고, 투자금 지급 기간은 최대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이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조달 가능한 연간 외화 규모는 150~200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4220억 달러)의 80%를 웃도는 3500억 달러에 달하는 전체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없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의 현금 투자 비중(100%)을 낮추고 분납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김 실장이 여러 차례 언급한 "한두 가지 쟁점"도 이와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3500억 달러를 현금 선불로 지급할 경우 한국의 외환시장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에 미국의 이해도는 높아졌지만, 이미 협상을 마친 유럽연합(EU)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인 2029년까지 투자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한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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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선정권'·'수익 배분' 방식도 주요 쟁점

대미 투자 원금 회수 전후 수익 배분 비율도 또 다른 쟁점이다. 협상팀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상업적 합리성'을 토대로 최종 양해각서(MOU) 내에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서 미국은 대미 투자 펀드를 전액 현금 것으로직접 투자하고, 투자로 발생하는 수익은 투자 원금 회수 이전에는 한미 양국이 '9대 1'로, 원금 회수 이후에는 '1대 9'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이 요구하는 대로 현금 투자 비중을 낮춘다면 투자 원금 회수 이전 수익 배분 비율을 '5대 5' 바꾸자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원금 회수 이전에도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한국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처 선정권 역시 최초 MOU 단계부터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5500억 달러를 전액 조달하면서도 투자처와 공급업체 선정권 등은 미국에 넘겼다. 수익 배분도 원금 회수 전에는 '5대 5', 이후에는 '1대 9'다. 미국과 일본이 체결한 MOU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위원회 추천을 받아 투자처를 선정하는데, 이 투자위원회 의장은 러트닉 장관이 맡는다. 일본은 위원으로조차 참여할 수 없다. 미국이 일본 사례를 들어 투자처 선정권을 가져가겠다고 할 경우 투자금 회수는 어려워지고,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CNN과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NN과 인터뷰하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3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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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팀, 시간보다 '국익'에 방점…"APEC 계기 타결, 갈 길 먼 상황"

APEC 이전 최종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 김 실장은 이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APEC은 코앞"이라면서 "날은 저물고 있는데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협상의 상황에 대해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에 끝까지 대립하는 형국"이라며 "이 역시 협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김 실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23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는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면서 "결국 양국은 합리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남은 기간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다면 MOU 수준은 아니더라도 '팩트 시트(fact sheet)'가 공개될 수 있고, 협상 수준에 따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 인하뿐 아니라 안보 분야 합의까지 한 번에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안보 분야의 경우 한국의 국방비 증액·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을 포함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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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협상팀은 특정한 시점에 종속되기보다 '국익' 최우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견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합의된 부분만 MOU를 체결하거나, 불명확하게 협상을 종결할 경우 한국 경제에 두고두고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긴장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면서 "마지막 1분 1초까지 우리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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