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에 중기 대출 하반기 들어 4배 급증
기술신용대출도 가파른 상승세
금융권, 수십~수백조 규모 자본 투입에 전담조직 신설 잇따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이 약 12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상반기 대비 약 3배 증가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강조하며, 미래산업과 소상공인 등에 필요한 자금이 흘러가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한 결과다. 이러한 시도가 정치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금융이 저성장·양극화·혁신 정체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성장엔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李 '생산적 금융' 띄우자 중기 대출 4배↑…올해 초와 180도 달라진 흐름
28일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기업대출 규모는 841조86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상반기(829조7383억원) 대비 12조1306억원 증가한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하반기 들어 대기업대출이 5조2734억원,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 포함)은 5조9801억원 순증했다. 대기업대출은 상반기(2조5519억원)보다 약 두 배 늘었고, 중소기업대출은 상반기(1조4636억원)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에는 건전성 관리 강화와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 투자수요 둔화로 기업대출이 줄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약 2조4937억원 감소했다. 기업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왔던 2020년 6월 이후 약 5년 만이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은 물론 대기업대출도 함께 감소했다.
기술신용대출도 하반기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56조6658억원으로, 전월말(155조3593억원) 대비 1조3065억원 늘었다. 이는 직전(6월~7월) 786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늘어난 규모로, 하반기 들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여력이 부족한 벤처기업 혹은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담보로 받는 대출상품이다. 은행권에서는 2014년부터 해당 상품을 출시했다.
이 역시 상반기와는 대조적이다. 연체율 증가와 건전성 관리 강화로 위축됐던 기술신용대출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 벤처 등 모험자본에 대한 자금공급 확대 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새 정부 출범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벤처기업 등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와 상생금융을 주문하고 있다"며 "금융이라는 산업의 특성상 정부의 요구와 궤를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수 경기 침체로 대출 확대가 어려웠고 대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기업대출이 줄었다"며 "하지만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상 가계대출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 100조·우리 80조'…생산적 금융 전담조직 신설 러시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대규모 자본 투입뿐 아니라 전담부서 신설 등 조직 개편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5대 금융지주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임종룡 회장이 직접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 합동 브리핑'을 열고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7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7조원을 포용금융에 투입한다.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 73조원 중 10조원을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국민보고대회에서 제시한 국민성장펀드(150조원)의 첫 민간 추진 사례로 꼽힌다. 오는 12월 정기인사에서는 '생산적금융부(가칭)'를 신설해 관련 업무의 컨트롤타워로 삼고 추진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영연구소 내 '생산적 금융 연구센터'도 확대 개편해 그룹 전체 자회사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 기능을 확장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이뤄 우리금융의 지속 성장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의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2030년까지 84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16조원을 포용금융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행·증권·카드·캐피털·보험·자산운용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전사적 실행계획을 수립 중이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성장대출' '산업단지성장드림대출' 등 특판 상품도 신설한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동안 손쉽게 수익을 내왔던 기존 방식에서 완전히 탈바꿈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그룹의 대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H농협금융도 지난 1일 이찬우 회장이 주관해 '생산적 금융 활성화 TF'를 출범시켰다. 이는 지난 8월 열린 '생산적 금융 활성화 간담회'의 후속 조치로, 내년에는 위원회로 격상해 실행력을 높일 계획이다.
농협 금융의 생산적 금융 제1호 사업을 위해 NH투자증권은 9월29일 금융당국에 IMA 사업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를 통해 첨단산업·혁신기업 등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본유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공식적으로 생산적 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생산적 금융 추진과 관련해 고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지난달 30일 계열사별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및 인프라 금융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과 KB증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부동산담보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부동산 금융 관련 영업조직은 축소하고 기업 및 인프라금융 조직은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현재 차기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현재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내부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초혁신경제 성장지원' 조직을 신설해 밸류체인 내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산업 성장에 필요한 맞춤형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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