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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눈높이로 보는 세상…개가 먼저 느끼는 공포[슬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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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보이', 반려견 시선으로 촬영한 이색 스릴러
인간 무지와 동물 직관 대비…정서적 공감과 관계 강조

영화 '굿보이' 스틸 컷

영화 '굿보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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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보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의 시선으로 그려진 공포영화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토드는 낡고 조용한 시골집으로 이사한다. 곁에는 항상 반려견 인디가 있다.


이사 첫날부터 집 안에는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토드는 무시한다. 바람 소리나 오래된 집의 삐걱거림 정도로 여긴다. 하지만 인디는 다르다. 소리와 냄새, 미묘한 변화를 재빨리 감지하며 본능적으로 주인을 지킨다.

촬영은 대부분 인디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됐다. 카메라는 바닥에서 50㎝ 높이에 고정됐고, 초점은 인간의 얼굴이 아닌 발과 손에 맞춰졌다. 그 덕에 관객은 주인이 아닌 개의 감각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이 시점 전환은 단순한 시각적 실험이 아니다. 인간이 놓치거나 무시하는 감각적 단서를 개의 직관으로 체감하게 한다.


영화 '굿보이' 스틸 컷

영화 '굿보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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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공포영화에선 사람의 눈을 통해 귀신이나 괴물을 경험한다. '굿보이'에선 개가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사람은 뒤늦게 깨닫는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디의 감각과 직관에 감정을 이입한다. 문이 천천히 열릴 때, 인디는 이미 그 뒤의 존재를 감지한 상태다. 관객도 인디와 함께 긴장한다. 이성적 판단이 배제된 새로운 공포를 느낄 수 있다.


토드는 인디의 예민한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바람이겠지", "쥐가 있나 보네"라며 무시한다. 그러나 관객은 이미 인디의 시선을 통해 집 안의 이상한 기운을 체험한 상태다. 벤 레온버그 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의 무지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 구조는 관객에게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인디가 짖거나 멈춰 설 때마다 함께 귀를 기울이게 한다. 특히 복도 끝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일 때, 인디의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공포를 증폭시킨다.


영화 '굿보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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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의 이상 현상이 착각이 아님을 드러내는 후반부에서는 반려견 특유의 충성심이 돋보인다. 인디가 이상을 감지하고 주인을 지키는 과정에서 점점 더 위험에 노출된다. 도망칠 수 있는 순간에도 토드 곁을 지킨다. 그렇게 발산하는 보호 본능은 공포가 아닌 감정적 리얼리즘을 만들어낸다.


인디의 선택은 계산돼 있지 않다. "이 정도면 됐어"라는 판단도 없다. 그저 주인이 위험하면 지킨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렬하다. 관객은 말 못 하는 존재의 행동을 통해 순수한 헌신을 목격한다. 인간의 논리와 계산보다 본능과 직관을 통한 충성심이 더 진실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결국 '굿보이'는 공포영화의 형식을 취하지만, 본질은 정서적 공감과 관계에 있다. 정신적으로 아픈 주인공과 그 곁을 끝까지 지키는 개의 이야기로 인간이 놓치거나 잃어버린 감정을 동물이 대신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영화 '굿보이' 스틸 컷

영화 '굿보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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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우리가 세상을 이성적으로만 판단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감정과 진실은 반려동물이 먼저 느낀다. 인디의 시선은 단순히 낮은 카메라 앵글이 아니다. 인간이 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게 하는 거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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