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시장 전문가의 중국 사회·경제·정치 통찰
"당신이 알고 있던 중국은 잊어라."
이 한 문장이 이 책을 압축한다. <차이나 디퍼런트>는 단순한 투자 방법론을 담은 책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안내서다. 저자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대표는 일생에 걸쳐 관찰한 중국의 사회, 정치, 경제를 녹여냈다.
신 대표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중국 담당, 삼성그룹 중국 지역전문가 등을 거쳐 지난해까지 마래에셋자산운용 상하이 대표로 재직했다. 15년 넘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며,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와 중국증권투자기금업협회(AMAC)에 등록된 한국인 1호 펀드 매니저로 활약했다. 2020년 외국 국적 금융인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백옥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 자본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오랜 기간 일한 외국인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두부터 국내 중국 전문가들이 흔히 빠지는 '표피적 해석'에 일침을 놓는다. 중국의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은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으며, 시점과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제도와 시장을 '일당 독재'나 '계획경제'로 단순 규정하는 시선이 얼마나 협소한지, 그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컨대 중국 고유의 정부 중심 계획경제는 일방적인 정부 주도로만 이뤄진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치열한 경쟁과 극도의 인센티브 제도가 작동했다. 기업과 토지를 두고 지방정부 간의 경쟁,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의 힘겨루기를 보면 중국을 마냥 상명하복식 일당 독재, 공산주의식 계획경제 체제로 치부하기 힘들다.
1980~1990년대 지역에서 걷힌 세금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가져가는 비율을 개혁하는 '분세제개혁' 사례에서는 놀랄 정도로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가 진행됐다. 지방정부는 중앙의 요구를 다 따르지 않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위해 수없는 협상과 설득, 조정, 중재 과정을 거쳤다. 주룽지 당시 총리가 직접 두 달 이상 십여개 성을 돌면서 당위성을 설명할 정도였다. 현재의 중국보다 더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가졌던 셈이다.
초반부는 정치와 역사까지 다루면서 다소 산만하지만 중반 이후 경제·금융 분야로 들어서면 저자의 전문성이 본격 발휘된다. 그는 단순히 통계 너머의 구조적 문제를 읽어낸다. 올해 상반기 중국 평균 예금 1인당 11만위안 돌파 등의 소식이 국내에도 전해졌지만, 단순 통계에서 뒤에는 심각한 양극화가 존재한다.
개인 고객 수 3억명에 달하는 중국 대형은행인 초상은행의 통계를 보면, 상위 2.35% VIP 고객이 개인 예금의 81.3%를 차지한다. 베이징·상하이와 내륙 지역 간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저자는 "부자들의 예금은 이미 투자, 자산 이식 수단과 결합해 있고, 하부 계층의 예금은 비상금 형태로 얼어붙어 있다"며 "저축은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보험이지만, 사회 전체가 보험을 위해 삶을 줄일 때 경제는 수축한다"고 설명한다.
이후 저자는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중국 주요 산업의 정책적 지원과 규제의 흐름을 짚으며 중국 경제의 체력과 한계를 동시에 진단한다. 그는 중국 정부가 민간을 강력히 지원하며 주력 산업을 키우고 있지만, 지역 간 불균형과 민생 위축, 한계에 달한 대규모 지원책 등 구조적 문제도 분석한다.
차이나 디퍼런트는 중국을 흑백논리로 판단하려는 독자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 이 책의 가치다. 저자는 중국을 '다르게' 보아야만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한 투자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회의 작동 원리를 현장에서 체득한 전문가의 통찰서인 이유다.
차이나 디퍼런트 | 신형관 지음 | 경이로움 | 336쪽 | 2만5000원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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