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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기술탈취의 늪]⑤"K-디스커버리제, 열쇠는 전문성…징벌손배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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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디스커버리제, 열쇠는 전문성…징벌손배 활성화해야"

정부,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 등 종합 대책 발표
"전반적으로 긍정적 평가, 세부안 설계가 관건"

현장 조사 전문가 다양한 분야 최소 3명 있어야
손배제 수위 높이고 적용 범위 넓혀야

계약 전 정부의 계약서 법률 자문 필요 의견도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 기술 인식 제고돼야

편집자주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은 이겨도 져도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승소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도 어렵거니와, 가까스로 통과하더라도 손해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적어 사업을 접는 일이 부지기수다. '기술을 빼앗겼다면 운이 없었던 걸로 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는 불문율은 그래서 생겨났다. 아무리 잘 싸워도 이기기 어렵고, 이겨도 지는 것과 다름없는 이런 싸움이 연간 300건 정도 벌어진다. 아시아경제는 총 5회에 걸쳐 중소기업을 파탄으로 내모는 기술탈취의 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대책의 핵심은 피해 기업의 '입증 부담 완화'다. 피해 기업이 기술 침해 사실을 입증하기 쉬워지면 더 높은 손해배상액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여러 기업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끌어낼 수 있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피해 기업의 침해사실 입증 지원을 위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을 담은 기술탈취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세부 시행 방향에 대한 보완을 주문했다.

재단법인 박희경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서희 기자

재단법인 박희경 변호사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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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관건…中企 위한 입법 필요 의견도
[中企 기술탈취의 늪]⑤"K-디스커버리제, 열쇠는 전문성…징벌손배 활성화해야" 원본보기 아이콘

24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전 양쪽 당사자가 무조건 증거자료를 공개·제출해야 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변형한 제도다. 정부는 '정보 캐기' 목적의 과도한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달리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대신 조사하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조사 제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재단법인 경청 박희경 변호사는 "미국식을 따라가려면 변호사 선임 등 소송 비용보다 디스커버리 절차에만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피해 기업이 오히려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며 "독일과 일본 제도를 차용한 부분은 잘한 일"이라고 했다.

다만,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 집단의 전문성 및 다양성을 높이고 조사 대상과 범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다. 박 변호사는 "기술탈취 분쟁의 난도가 높아지고 있어 법조·보안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최소 3명 이상으로 구성돼 투입돼야 한다고 본다"며 "기술탈취 증거의 대부분이 디지털 형태이고, 가해 기업이 자료를 삭제하는 경우도 많아 이를 살필 수 있는 포렌식 전문가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와이즈업특허법률사무소 박민흥 변리사는 "영업비밀 침해나 조사 남용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게 관건"이라며 "기술적 사실관계 확인이 쟁점인 사건 군으로 범위를 한정해 관련 자료만 수집하도록 해 제도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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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입증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만을 위한 '핀셋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기술탈취 분쟁 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은 영업비밀보호법·하도급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상생협력법 등으로 산재해있다. 이중 중기부 소관 법률인 중소기업기술보호법과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입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파트원 배수영 변호사는 "중소기업기술보호법과 상생협력법에서 규정하는 기술 침해 인정 요건이 영업비밀보호법·하도급법 등 다른 법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기술 침해 인정 요건 중 '비밀관리성(얼마나 비밀로 관리되고 있나)' 부분을 완화해 보호 시스템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배 강화해야…하한선 지정도 방법

손해배상액에 대해선 '징벌적으로 높게 나와야 사전·사후적 보호 효과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를 위해 현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활발히 이용되도록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술탈취에 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하도급법·영업비밀법·상생협력법 등에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명시돼있다. 법원은 ▲침해 행위를 한 자의 우월적 지위 여부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침해 행위의 기간 및 횟수 등의 요건을 고려해 3배 배상을 적용한다.


박 변리사는 "손해액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3배 배상이 징벌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징벌적 손배의 수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탈취 관련 손배액의 하한선을 지정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미국에선 손해배상액이 수천만 달러씩 나오는 사건이 한국에선 5억원도 안 나온다"며 "미국처럼 '기술 뺏으면 망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바꿀 수 없는 자산으로 인식해야

계약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문 법무팀을 대동하는 대기업과 달리, 별도 법무팀이 없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불리하게 시작한다. 현행 상생협력법은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할 때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거나 교묘하게 피해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배 변호사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전문가에게 계약서 내용을 검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중소기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있었다"며 "특히 기술자료 임치제도와 연계해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서 지원 사업에 나선다면, 대기업과의 계약이 엎어질 게 두려워 불공정함을 묵인하던 중소기업들도 상대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공들여 개발한 기술의 가치를 사회 전체가 제대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법원과 수사기관을 포함해 사회 전반이 기술이 얼마나 경제적 가치가 큰 무형적 자산인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기술이 곧 경쟁력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립될 때 억울한 피해를 보는 기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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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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