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애덤 랜자' 이름 새긴 흉기 압수
경찰 "가해자, 온라인 콘텐츠에 영향받은 듯"
일방적 호감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조사
말레이시아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이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학생이 사용한 흉기에는 총기 난사범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 중에는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로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승희의 이름이 적혔다.
최근 싱가포르 매체 머스트쉐어뉴스는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한 학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행 도구에서 미국의 악명 높은 학교 총격범 이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의 한 중학교에서는 14세 남학생이 같은 학교 16세 여학생에게 흉기를 200여차례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가 사용한 흉기 3점을 압수했다. 이 가운데 2자루에는 각각 '애덤 랜자'(Adam Lanza)와 '조승희'(Seung-Hui Cho)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한 흉기에는 적힌 'Sandy Hook 2012'와 'Adam Lanza'라는 문구는 2012년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26명을 살해한 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흉기에는 'Seung-Hui Cho'라고 새겨져 있었으며, 이는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숨지게 한 총기난사범 조승희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의 시신에서 200개가 넘는 자상이 발견됐다"며 "상처는 주로 오른쪽 상체와 허벅지 부위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딸이 화장실 칸 안에 스스로 문을 잠갔지만, 가해자가 칸막이를 넘어 들어와 공격한 뒤 같은 방법으로 빠져나갔다"며 "교사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이미 의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어떻게 흉기를 학교에 그렇게 쉽게 들여올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지 경찰 범행동기 조사 중…"게임·SNS 영향 가능성"
현지 경찰은 비디오게임과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에 따르면 16일 샤젤리 카하르 셀랑고르주 경찰청장은 "용의자가 범행 전 온라인 콘텐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SNS 전반을 살펴보는 중이며, 그중 어떤 플랫폼이 특히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비디오게임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남긴 자필 메모에는 '제로데이'(Zero Day)와 'NPC'Non-Playable Character) 등 게임과 인터넷 문화에서 쓰이는 용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Zero Day'는 '공격일'을 뜻하는 표현으로 분석된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지만 서로 다른 반이었고 범행 전까지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방적인 호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범행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