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제장관회의서 대책 내놔
도매시장 경쟁 구축·엄격한 평가기준 도입 등
2023~2024년 대책과 동일 '재탕' 지적
"눈가리고 아웅식 시늉만 될 것"
온라인 거래 활성화 방안에도 의문부호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유통 구조 개혁에 보다 속도를 내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관계부처를 대상으로 이같이 지시했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9월1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이 공개됐다. 2030년까지 농산물 유통비용을 10% 절감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 도매법인 카르텔 깰 의지있나?…재탕 경쟁 방안
눈에 띄는 대목은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 방안'이다. 민간 도매법인 중심의 공고한 카르텔을 깨기 위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부적으로 정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 도매법인의 지정 취소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 상대평가를 강화하고 모든 지표를 계량화하는 등 도매법인 평가 체계를 개편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도매법인이 경매를 진행하고 생산자로부터 받는 최대 7%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따라 법인 영업이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다음 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큰 분위기다. 이전에도 도매법인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이 여러 차례 발표됐으나 실질적으로 이행된 적이 없어서다. 당장 이번 개선방안에서 역량이 부족한 도매법인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신규 도매법인의 진입을 도와 경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과 엄격한 평가에 따라 기준에 미달하는 법인에 대한 지정 취소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은 2023년과 지난해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제시했던 대책이다.
2013년에는 정부가 도매시장 가격 결정 구조를 경매제 중심에서 정가·수의 매매 등으로 다양화하기 위해 도매법인에 700억원가량의 자금을 지원하고, 도매법인이 대형유통업체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 법인이 경매제를 선택할지, 정가·수의매매를 선택할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것이 핵심적인 문제인데 이번 정부의 대책은 가장 근본적인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주변만 맴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학계나 공공기관, 진흥청 등 유관기관 곳곳에 도매법인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이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주장을 펴면 관련 연구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줘 '도매시장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려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비호세력이 평가자로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도매법인 퇴출을 법제화하겠다는 구상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시늉만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 대책도 "착시 개혁"
유통비를 절감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에도 의문 부호가 달린다. 정부는 현재 전체 도매거래의 6%(약 1조원)를 취급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비율을 2030년 50%(약 7조원)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48%의 성장이 필요한데 전국 권역별 물류센터, 저온저장고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는 상태다.
백혜숙 지속가능국민밥상포럼 대표는 "정부가 화려한 목표를 내세우며 개혁에 속도를 내는 듯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착시 개혁에 불과하다"며 "온라인화와 예약거래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매제 일변도로 가기보다는 거래 주체, 유통 주체 간 경쟁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도매법인의 입김이 너무 센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온라인'이라는 키워드로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이 지난해 6000억원을 넘었고 올해 1조원을 넘긴다고 하지만, 실제 오프라인 유통인 가락시장의 거래 물량도 동시에 늘었다"며 "오프라인 거래가 줄지 않고 유통비용 절감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조사와 진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온라인 도매시장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고 짚었다.
<날씨는 죄가없다 6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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