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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보다 쿠팡이 더 싸다?…상추 한 박스 5600원이나 차이 난 이유 [날씨는 죄가없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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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마다 쌓인 '로켓프레시'
"중도매인 거래, 발품대비 가격 비싸"
소비자가격 49% 유통비…다단계 구조 비용 가중
"중앙집중 경매구조 개선 필요"

편집자주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이 상수가 된 시대. 가뭄과 장마, 폭염 등 이상 기후가 나타날 때마다 밥상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작황 부진을 초래한 변덕스러운 날씨는 농산물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불투명한 농산물 유통 구조는 날씨를 방패 삼아 가격을 쥐락펴락 중이다. 농민들은 공들여 키운 농산물이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해 좌절하고, 소비자는 산지 출하가보다 월등히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시아경제는 날씨라는 외부 요인에 숨은 농산물 유통구조의 카르텔을 추적하고, 40년간 굳어진 농산물 경매제도의 대안을 모색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채소동에서 경매를 거친 야채들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김흥순 기자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채소동에서 경매를 거친 야채들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김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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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서 고기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성필씨(45·가명)는 매일 장사하는 데 필요한 상추를 쿠팡으로 주문한다. 2㎏짜리 박스를 기준으로 실시간 가격변동 알림 애플리케이션(앱) '폴센트'에 연동해 시세가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수량만큼 주문하고, 당일 또는 새벽배송으로 받는다.


이씨는 얼마 전까지는 서울 주요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둘러보며 당일 책정된 경매가에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중도매인으로부터 상추를 구매했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발품을 파는 일보다 온라인 구매가 비용이나 상품성 면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하루 벌이가 중요한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장바구니 비용이 조금이라도 덜 드는 상품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도매시장을 거친 야채보다 쿠팡으로 주문하는 상품이 하루 1000~2000원, 한 달 기준으로는 2만~3만원가량 저렴한 것으로 계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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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훨씬 이득"…소상공인·생산자, 온라인 직거래 만족도↑

실제 폴센트에 가격 변동 추이가 노출된 지난 8월22일부터 두 달 동안 한 청상추(특) 상품의 4㎏짜리 1박스 기준 가격은 평균 3만960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하는 농수산물 유통정보 '카미스(KAMIS)'에서 집계한 청상추(상품) 4㎏짜리 중도매인 판매 가격은 평균 4만5160원으로 이보다 5600원가량 높았다.


이씨는 "중도매인이나 중간 유통업자로부터 구입하는 상품은 주문하는 수량이 많아야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과거에는 상추를 1주일 치씩 구매하고, 중간에 소진하지 못한 상품은 버려야 하는 등 손해가 컸다"며 "쿠팡에서는 매일 판매할 수량만큼 주문하고, 가끔씩 구매하는 야채들도 최저가를 살펴본 뒤 이에 맞춰 배송받아 쓰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매에 부친 채소들은 출하 후 하루 이틀 지난 상품이지만 온라인 배송으로 받는 농산물들은 주문과 동시에 포장 후 배송하기 때문에 신선도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며 "주변 상권의 자영업자 상당수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주문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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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농산물 직매입 계약을 해 상품을 공급하는 농가에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거래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대표적으로 충북 충주의 '수안보 복숭아 공선출하회'에서는 지역 농가 60여곳과 협력해 2022년부터 매년 여름마다 쿠팡과 복숭아 직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쿠팡 로켓프레시의 냉장 배송차가 농가에서 선별한 상품을 픽업한 뒤 전국에 새벽배송하는 방식이다.


신승창 수안보 복숭아 공선출하회 회장은 "농가에서 수확한 복숭아 중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쿠팡에 납품하고 도매시장 경매도 병행하고 있다"며 "4㎏짜리 1박스를 기준으로 쿠팡에 납품하는 것이 경매를 거쳤을 때보다 2000~3000원가량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복숭아를 경매에 부치려면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농산물도매시장을 여러 군데로 옮겨야 하고, 운송비와 상·하차비 등 물류비도 그만큼 상승한다"며 "쿠팡 직매입은 정찰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급등락할 우려가 없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농가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쿠팡이 산지와 직거래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전남(영암·함평)과 충북 충주, 경북(성주·의성·영천·고령) 등 전국의 인구감소지역(행정안전부) 또는 인구소멸위험진입지역(한국고용정보원) 7곳에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쿠팡이 사들인 과일은 30여개 품목에 중량 기준 6600t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상승했다. 연말까지 매입량은 7000t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매입뿐 아니라 새벽배송과 마케팅, 고객 응대 등도 쿠팡이 대신하기 때문에 농가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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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價 절반은 유통비…출하비는 25년째 제자리

생산자와 중·소상인 사이에선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을 거치는 현 농산물 유통 시스템이 구조적 문제와 비효율성 때문에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 중간 상인으로 넘어갈수록 다른 구매 선택지에 비해 비싸고 불편하다는 점이 경매제의 한계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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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계별로 가중되는 유통비용에서 기인한다. aT의 국내유통 실태조사에 따르면 식량작물(쌀·감자·고구마 등)과 엽근채소류(배추·상추·무 등), 과채류(수박·참외·토마토 등), 조미채소류(고추·마늘·양파 등), 과일류, 축산부류 등 농축산물의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전체 유통비 비중은 2023년 기준 49.2%로 파악됐다. 소비자가 특정 농산물을 구매하는 데 1000원을 지불한다면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2원이 유통비용이라는 뜻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1998년 39.8%보다 1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생산자가 농산물을 위탁하고 대금을 정산받는 출하 단계에서는 25년 동안 유통비 비중이 9.3%에서 9.5%로 불과 0.2%포인트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도매 단계 유통비는 5.8%포인트(9.7%→14.5%), 소매 단계는 4.4%포인트(20.8%→25.2%) 상승했다. 산지 가격이 제자리에 머무는 사이, 단계별 유통 주체들을 거치는 비용은 해마다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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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를 유통하는 전북 익산의 농업회사 법인 '지우'도 이전까지는 '도매시장→중매인→도매상→소매상' 등 최대 7~8단계를 거쳐 상품을 보냈다. 반면 2020년 쿠팡과 직거래한 뒤 산지 직송으로 갓 수확한 상품을 고객에게 새벽배송하는 유통구조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재규 지우 대표는 "유통 과정마다 마진이 크게 붙어 소비자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농산물 도매유통의 고질적인 병폐"라며 "산지 파프리카를 도매시장에 유통하면 최종 소비자가가 2~3배 이상 뛰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농산물 유통 구조는 중간 유통업자가 수익을 독식하고 농민은 제 몫을 받지 못한 채 소비자가 비싼 값을 치르는 왜곡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락시장 과쏠림, 이중삼중 물류비…소비자에 전가

업계에서는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유통비가 커지는 구조적 원인으로 중앙집중제를 꼽는다. 국내 최북단과 최남단을 망라해 전국의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수도권 대형 공영 도매시장 경매에 쏠리고, 여기서 경락 가격을 정한 뒤 다시 전국 단위 거래처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물류와 보관을 위한 비용, 인건비 등이 이중삼중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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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가 발간하는 농수산물 도매시장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2개 공영 도매시장에서 경매된 청과부류 거래액은 총 15조8500억원으로 이 가운데 가락시장 거래액이 5조64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거래액의 35% 이상이 가락시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거래액 2조원을 넘긴 곳은 가락시장이 유일하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관계자는 "생산자가 농산물을 출하하면서 차량에 상품을 싣고, 도매법인까지 이송해 이를 내리는 모든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며 "중도매인이 거래처에 납품하고 중·소상공인을 거쳐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되기까지 유통단계별 수수료와 마진 외에도 이 같은 상·하차비와 보관료, 운임, 해당 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이 추가로 붙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매제 참여자들도 현 시스템의 비효율적인 측면을 인지하고 있으나 '더 나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이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며 "소비자 가격에 가중되는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생산지와 가까운 지역의 경매시장을 활성화하고, 권역별로 농산물을 판매·소비하는 분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공영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날씨는 죄가없다 4편으로 이어집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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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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