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향엽 의원 액트지오 평가 입수
1차 보고서에선 40~60%대 분포
2차 보고서는 대부분 100% 도배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7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가 미국 지질탐사 전문 기업 액트지오에 의뢰한 동해석유탐사 유망성 평가보고서가 왜곡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액트지오가 석유공사의 입맛에 맞게 트랩 성공률을 과대평가했다는 의혹이다. 트랩은 '석유와 가스를 저장하는 지질구조'를 의미하며, 석유 부존 4대 조건 중 하나로 탐사 성공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탐사 성공률 자료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2023년 유망성 평가(1차 평가)에서 대왕고래 등 7개 유망 구조를 도출했다. 이어 2024년에는 추가 유망성 평가(2차 평가)에서 마귀상어 등 14개 유망구조를 추가 도출했다.
1차 평가에서는 트랩 성공률이 100%로 평가된 유망구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대왕고래조차 트랩 성공률은 60%에 불과했다. 나머지도 40~60% 사이에 분포했다.
반면 2차 평가에서는 유망구조 14개 중 12개가 트랩 성공률 100%로 평가됐고, '곰치(Moray)'와 '새우 4N'(Shrimp 4N) 등 2개만 80%로 책정됐다. 1차 평가에서 트랩 성공률이 대체로 40~60% 사이에 분포했다면 2차 평가에서는 80~100%로 껑충 뛴 것이다.
석유 탐사 성공률은 ▲근원암 ▲덮개암 ▲저류층 ▲트랩 등 석유 부존의 4대 조건의 성공률을 각각 곱해서 산정한다. 이 중 하나만 수치가 달라져도 탐사 성공률이 급변한다.
예를 들어 2차 평가에서 가장 유망한 구조로 꼽힌 '마귀상어'는 트랩 성공률이 100%일 때 탐사 성공률이 18.7%다. 이는 대왕고래의 탐사 성공률인 19.1%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그러나 트랩 성공률을 대왕고래와 동일한 60%로 조정하면 탐사 성공률은 11.2%로 급감한다. 트랩 성공률 하나만 과대평가해도 탐사 성공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한편 추가 유망구조 조사에서 바이퍼피시(Viperfish)를 제외하고는 모두 층서트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트랩은 크게 구조트랩과 층서트랩으로 나뉘며 대부분의 석유는 구조트랩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추가 유망구조 중에서 층서트랩이라는 이유로 낮은 성공률을 부여한 사례는 없었다. 추가 유망구조 14개 중 13개는 층서트랩인데, 그중 12개는 100%로, 1개(새우 4N)는 80%로 평가돼 사실상 리스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왕고래 시추 결과에서는 층서트랩이 미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1차 시추 이후 코어랩에 시료 분석을 의뢰했고, 지난 6월 중간결과 보고서에서 '층서트랩 미확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해당 내용은 국회와 산업부에 제출한 9월 최종결과 보고서에서는 누락됐다. 석유공사는 4대 조건 중 트랩만 쏙 빼놓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유의미한 수준의 가스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트랩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향엽 의원실은 "아브레우를 '층서트랩의 대가'라고 홍보하며 1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시추였던 만큼, 이와 같은 보고 누락은 차후 시추 추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 '은폐 시도' 아니냐"고 지적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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