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한미협상, 대부분 쟁점서 진전" 밝혔지만…
투자 방식 가장 큰 쟁점
美, 여전히 선불·직접투자 원해
韓, 외환시장 충격·재정부담…분할투자·지분참여 혼합형 고수
투자처 선정권한·수익배분도 문제
국가안보실, 경제안보 여건 진단·국내 영향 점검…관계부처 회의
한미 관세합의 후속 협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타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세부 내용 합의가 핵심인데, 2박 4일 동안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용범 정책실장이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만큼 기대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은 일본과 합의 대로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한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고,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의 충격을 줄이면서 '상업적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어 최종 합의문 서명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전날(1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한미 양국이 매우 진지하고 건설적 분위기 속에서 협상에 임했다. 2시간이 훌쩍 넘는 공식 협의 외에 이어진 만찬 자리에서도 밀도 있는 대화를 주고받았다"면서 "상호 호혜적인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상당히 근접해가고 있다. 방미 전보다는 APEC을 계기로 한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 '상업적 합리성'을 핵심으로 ▲투자금액 조정·분할 투자 ▲현금 투자·보증·대출 구성 비율 조정 ▲투자처 선정 권한·수익 배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통화 스와프 체결 등을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는 그간 김 실장을 중심으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까지 마무리를 짓겠다는 목표로 추석 연휴에도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고위 당국자로 구성된 관세협상팀은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 측 '카운터 파트'와 협상을 벌여왔다.
가장 큰 쟁점은 투자 방식이다. 미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선불(up-front)' 및 직접투자 방식으로 제시하길 원하지만, 한국은 외환시장 충격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분할 투자·보증·지분참여 혼합형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재원조달 방안을 설계하고 있으며, 실제로는 프로젝트 단위로 나눠 이행하는 '패키지형 투자계획'으로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한 관계자는 "투자금의 성격을 단순히 현금 지원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며 "기술·인프라·제조 협력 중심의 중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안정장치와 투자처 선정 권한·수익 배분도 쟁점이다. 대규모 대미 투자로 원화 가치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미국에 통화스왑을 포함한 금융안정 장치를 대미 투자 집행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제안했다. 그간 미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한국 정부의 꾸준한 상황 설명 끝에 최근 실무협상에서는 "시장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협력 장치"를 검토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을 만난 김 실장은 "대부분 쟁점에서 상당한 의견 일치를 봤다"면서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쟁점 있다. 부처와 심도 있게 검토해서 우리 입장을 추가로 전달하고 협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은 쟁점을 얼마나 신속하게 해소하느냐에 APEC 계기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 타결 목표 달성 가능성이 갈리게 됐다. 양국은 APEC 정상회의 전 MOU 형태의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투자와 관세의 상호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못하면 실질적 효력은 떨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한국의 경우 현재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지속으로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고, 미국 역시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과 공급망 강화에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만큼 한미 양측이 상호 승리로 포장할 수 있는 문구를 담아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한미 관세합의 후속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20일 국가안보실은 지정학적 환경 변화 등 경제안보 여건을 진단하고 국내적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점검회의는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주재로 열렸으며,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부·해양수산부 등 주요 관계부처에서 참석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경제안보 여건 변화에 대한 우리 공급망 등의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각종 리스크가 우리 기업들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긴밀히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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