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로 표 싹쓸이…'온라인 암표왕국' 현실로
의심 거래 40배 폭증에도 제재는 5% 불과
가을야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온라인상 암표 거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등 인기 티켓을 노린 리셀(재판매)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상위 1% 판매자가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온라인 암표상'이 사실상 조직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모습. 이 경기 티켓은 티켓베이에서 정가의 5배 이상에 거래됐다. 일부 티켓은 1장당 100만원을 호가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티켓 리셀 플랫폼 '티켓베이'의 거래 건수 상위 1%(441명)의 거래는 12만2745건으로 전체의 41.2%를 차지했다. 거래 금액은 약 298억6400만원으로 1인당 연간 278장, 평균 6700만원어치를 거래했다. 상위 1%가 거래의 절반을 독식하며 암표상이 사업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9일 열린 KBO 포스트시즌 한화-삼성 2차전 티켓은 티켓베이에서 정가의 5배 이상에 거래됐다. 일부 티켓은 1장당 100만원을 호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0년 6200여건에서 2025년 8월 말 기준 25만9300여건으로 5년 만에 40배 넘게 폭증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암표 신고센터가 2025년부터 자동화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탐지 효율이 높아진 영향도 있지만 급증세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제재는 미미하다. 암표 신고 중 예매 취소나 경고 등 조치가 이뤄진 비율은 2024년 2만1442건 중 989건(4.6%), 2025년 3만2013건 중 1875건(5.9%)에 불과했다.
매크로 동원 '표 싹쓸이'…처벌 수위 높여야
암표상들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식 예매처의 티켓을 순식간에 확보한 뒤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에서 되팔아 폭리를 취한다. 공식 예매처인 인터파크·티켓링크 등은 매크로 차단 기술을 도입했지만 암표상들의 수법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 20만원 이하에 그치고 '현장 거래'를 전제로 해 온라인 리셀 처벌 근거는 미비하다.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리셀 거래를 방조하거나 이익을 얻는 플랫폼 운영사에도 책임을 묻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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