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요 아가씨’ 소유권 이전…작곡가 호소
한국·중국 저작권 등록 방식 다른 것 악용해
한국 작곡가의 음원이 중국 업체에 의해 편곡·재등록되면서 메타(Meta) 플랫폼에서 원곡이 삭제되는 저작권 도용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는 양국의 상이한 저작권 등록 체계를 악용한 사례로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과나'를 운영하는 작곡가 겸 유튜버 이재광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가 작곡한 '잘자요 아가씨'가 인스타그램에서 사라졌다"며 "중국에서 곡을 편곡해 새로 등록하면서 원곡 소유권이 이전됐다. 싸울 힘도 없고 방법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사라진 곡은 프로젝트 그룹 ASMRZ의 '잘자요 아가씨'다. 이씨와 '다나카'로 유명한 코미디언 김경욱씨, 인플루언서 닛몰캐시가 공동 작곡자로 등재돼 있다.
그러나 현재 메타의 플랫폼(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에서는 해당 곡 대신 중국어 버전 '晩安大小姐(완안 따샤오지에)'가 노출되고 있다. 이 곡을 새로 등록한 중국 아티스트 미야오 자오멍스는 멜로디와 가사를 거의 그대로 두고 리듬만 바꾼 뒤 신규 음원으로 등록했다. 이 때문에 메타 측이 이를 '별개의 곡'으로 인식해 원곡을 삭제하고 새 곡의 소유권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씨도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 음원업체가 여러 유명 곡을 편곡해 메타에 재등록하면서 원곡 소유권이 강제로 이전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현재 유통사와 함께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한중 저작권 등록 방식의 차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음원 등록 시 ISRC(International Standard Recording Code·녹음 코드) 중심으로 시스템이 운영된다. 반면 한국은 작곡·작사 중심의 ISWC(International Standard Musical Work Code)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편곡을 통해 ISRC만 변경하면 다른 작품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중국 텐센트뮤직의 자회사인 하이쿤 뮤직의 공식 한국 지사 '7키뮤직'의 정진환 대표는 "ISWC가 같더라도 ISRC가 다르면 플랫폼은 이를 완전히 다른 곡으로 인식한다"며 "메타가 원곡과 편곡 버전을 구분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발생한 중국발 음원 도용 사태와 유사하다. 당시 중국 음반사들이 한국 곡을 번안곡 형태로 등록해 이승철, 아이유, 브라운아이즈, 윤하 등 다수의 국내 아티스트 음원이 저작권 침해로 차단된 바 있다. 일부 음원의 수익은 중국 업체에 배분되기도 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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