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무장해제, 최대 쟁점 떠올라
2국가 해법도 난항…또다른 분쟁 우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평화구상이 2단계 휴전 협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벌써부터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1단계 철수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과 달리, 실질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2단계 협상은 시작부터 양측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며 언제든 전면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상적이고 이행 어려운 2단계 조건들…난관 부딪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구상은 1단계까지는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2단계부터는 추상적이면서도 이행이 매우 어려운 조건들로 구성돼 있다. 2단계 휴전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 둘째, 국제감시기구인 평화위원회 감독 하에 가자지구 과도정부 구성, 셋째, 아랍권 국가들로 구성된 임시 국제안정화군이 하마스를 대신해 가자지구 안보를 담당하고 이스라엘군은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건들 하나하나가 실현되기 어려운 장애물들이다. 특히 하마스의 무장해제 문제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마스 측은 가자지구가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리로 넘어가야 하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스라엘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국가가 되면 그때 무장해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팔레스타인의 완전한 독립을 선행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요구다.
반면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먼저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휴전 협상 자체를 무효화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을 재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대비해 벌써부터 재공격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또한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국제기구의 검증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국가 해법 VS 2국가 해법…평행산 달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팔레스타인의 독립 문제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국제사회의 입장 차이도 2단계 협상의 주요 걸림돌이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1국가 해법'을 주장해왔다. 이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전역을 아우르는 유일한 국가로 남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는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고 대규모 재건사업을 추진하자는 방안이다. 이스라엘이 이 방안을 고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팔레스타인이 분리 독립할 경우 제2, 제3의 하마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하마스는 원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정당 중 하나였다가 결별을 선언하고 군벌 조직으로 변모한 케이스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팔레스타인이 별도 국가가 되면 정치적 혼란 속에서 이런 무장 세력이 언제든 다시 생겨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지역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팔레스타인 지역 전반의 경제 개발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국가들과 유엔의 상당수 회원국들은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 완전히 분리해 독립국가로 만들고 양측 간 영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자는 방안이다. 미국 정부도 과거에는 2국가 해법에 긍정적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두 방안 모두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스라엘이 주장하는 1국가 해법은 미국이 지지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 아랍계 국가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외교적 위험성을 수반한다. 이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현재 중동분쟁은 제5차 중동전쟁과 같은 지역 대전으로 확전될 위험성이 있다.
반면 2국가 해법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왕국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오랜 동맹국인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또한 2국가 해법을 미국이 주도할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간의 중재를 전담해야 하고 평화 유지를 위해 상당한 군사력과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영토 분계선을 확정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수십년에 걸쳐 팔레스타인 전역에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왔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이스라엘 영토로 하고 어디서부터를 팔레스타인 영토로 할 것인지를 놓고 즉각적인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분계선을 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1국가 해법과 2국가 해법 모두 뚜렷한 장단점이 있어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중동 평화구상안 성공한다면…더 과감한 무력사용 우려도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와 미국 전략의 변화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이번 평화구상을 성공시켜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거부할 경우 미국이 직접 개입해 무장해제를 시키겠다는 강경 발언까지 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필요하다면 직접적인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이후 단기간에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대폭 늘렸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등 과감한 무력 사용도 서슴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았던 셈이다. 만약 이번 평화구상이 성공한다면, 이는 미국 외교 정책에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즉, 핵심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는 단기적이고 파격적인 군사 행보를 통해 문제를 강제로 해결하려는 방식이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최대 핵심 이익 지역이 중동이 아니라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라는 점이다. 미국은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가장 중요한 안보 현안으로 보고 있으며, 전체 군사력의 60% 이상을 아시아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호전적이고 파격적인 방식을 동아시아에도 적용한다면, 역내 전체의 안보 지형이 급격하게 요동칠 수 있다.
결국 가자지구 평화구상이 불완전하게라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그 여파는 중동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하며 단기간에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중재를 병행해 성과를 냈다는 사례가 만들어진다면, 이는 향후 한반도와 대만해협 같은 다른 분쟁 지역에도 유사한 접근법이 시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대만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직접적인 군사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로 꼽힌다. 만약 미국이 중동에서처럼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군사 행동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중국 역시 강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일본 등 역내 미국 동맹국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보다 훨씬 단호하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경우, 북한과의 대화 국면이 급변할 수도 있고, 반대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중국과의 해양 영유권 분쟁, 센카쿠 열도 문제 등에서 미국의 보다 직접적인 개입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로 인한 지역 불안정성 증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가자지구 평화구상의 성패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새로운 외교·안보 전략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지, 특히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지역에서 유사한 방식의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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