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식용유' 발언에 관련주 폭등
中 희토류 무기화…실무진 협상 강화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이현우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분쟁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나라 조선·해운업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관세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양국이 분쟁 장기화의 악영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실무진 회담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또한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양국 정상이 만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에 그 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中 식용유 수입 중단 검토"…다시 불붙는 관세분쟁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강하게 비난하며 중국산 식용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국과 '윈윈'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유화적 태도를 보이던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시장 전체가 요동쳤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실제로 중국에서 식용유를 수입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는 것이다. 중국산 식용유는 중국 내에서도 끊임없이 위생 문제가 제기돼 왔다. 심지어 중국 소비자들이 식당을 방문할 때 자신들이 사용할 식용유를 직접 가져갈 정도로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다. 실제 미국의 식용유 수입 통계를 살펴보면 대부분을 캐나다와 유럽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발언 직후 식용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미국의 오스트레일리안 오일시드는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았고, 국내 식용유 생산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이 트럼프 발언의 진위보다 그가 던진 메시지의 파급력에 먼저 반응한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사람이 먹는 식용유가 아닌 폐식용유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폐식용유를 항공유로 전환해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하고 있고, 이 폐식용유 상당량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세부 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즉흥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각종 대중국 공세 카드를 많이 쓴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을 강하게 밀어 붙일만한 조치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中 희토류 무기화에 답답한 美…제련이 문제
관세협상의 판도는 올해 초에 비해 미국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서 공급망 대체에 실패한 희토류에 대해 중국이 수출 차단 카드를 내밀면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다방면으로 희토류 대체 수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희토류 광물 매장량이나 원석 생산량 자체는 미국이 상당히 따라잡은 것이 사실이다. 브라질, 호주 등에서 원석 공급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광물 생산량만 놓고 보면 중국은 현재 세계 3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원석 채굴이 아니라 정련 작업에 있다. 희토류를 전기차 배터리, 탱크, 전투기 등 실제 제조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려면 복잡한 정련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국이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이후 환경 문제로 인해 희토류 정련 기업들이 모두 해외로 이전했다. 현재는 환경 규제뿐만 아니라 높은 인건비 때문에 미국 본토에 대규모 정련 공장을 세우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국가들과 호주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베트남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기술력, 자본력, 기초 기술 인프라가 부족해 당장 중국을 대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정련된 희토류 재료의 약 90%를 여전히 중국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미국 내 자체 생산량으로는 전투기나 탱크 등 국방 수요조차 충족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완전히 중단한다면 미국은 전쟁 수행 능력마저 심각하게 제약받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미국 정부는 한편으로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맹국들과 연합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의 대화 채널은 계속 열어두고 있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중 관세분쟁,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한미협상은 속도붙어
오히려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중 관세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 유럽,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관세협상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중 관세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에 처할수록, 동맹국들과의 협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10일 내로 한국과의 관세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APEC 정상회담 전에 한미 관세협상은 일단락 짓고 대중 협상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행정부 셧다운 사태가 2주째 이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 카드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한미간 관세협상에 있어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중 양국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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