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이후 30여년만 오너경영 복귀
조선·건설기계 재편 맞물린 세대 교체
'재무통' 조영철, '조선업 외길' 이상균
HD현대 가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며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랐다. 198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30여년 만의 오너경영 복귀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무리하고, 정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 구도가 공식화됐다.
HD현대그룹은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인사에서는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으며, HD현대중공업 이상균 사장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 조영철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사장단 인사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 HD현대건설기계 와 HD현대인프라코어 의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조직의 혼선을 줄이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예년보다 이르게 실시됐다.

2024년 1월 11일 정기선 당시 HD현대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HD현대
정 회장은 지주사인 HD현대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의 대표이사를 겸직하며 그룹의 전략과 투자를 총괄한다. 동시에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를 맡아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부문의 정상화에도 직접 나선다.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을 설립해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운 경험과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하며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 핵심축으로 편입시킨 성과를 기반으로 새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조영철 부회장은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HD현대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그는 현대오일뱅크 재무본부장을 거친 재무통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장 시절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 효율화 전략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건설기계 부문 통합 준비에도 참여하며 자본 배분·디지털 전환·투자 실행을 총괄할 준비를 마쳤다.
이상균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83년 현대중공업 입사 이후 생산·기술 부문을 두루 거친 조선업 외길의 현장형 리더로 통합 조선업의 품질·생산 혁신과 조직 안정화를 주도할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 4월부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을 맡아 업계 현안 조율과 정책 대응에도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의 장기 비전과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고, 조 부회장은 자본·디지털 경영 기반을, 이 부회장은 조선업 관련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구조다. 오너 리더십 아래에서 전문경영진이 기능별 책임을 나누는 분업형 경영체제가 본격화된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 부회장과 금석호 신임 사장 공동대표 체제로 개편된다. 금 사장은 인사·경영지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실무형 경영자다. 재경·자산·동반성장 등 경영지원 전반을 총괄한다. 생산과 현장을 맡은 이상균 부회장과 함께 조선 통합 이후 조직 안정과 현장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대형 구조 개편의 실질적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통합하는 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이 내년 1월 완료된다. 에너지 계열사 역시 발전·플랜트·솔루션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AI), 친환경, 디지털 전환 등 신성장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HD현대형 미래산업 구조'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신구 경영진의 조화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 분야의 혁신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세계적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D현대는 조선 분야의 글로벌 위상을 지켜나가고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성공과 신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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