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범죄조직에 납치돼 미얀마 국경지대 넘겨져
정해진 수익 목표 달성하지 못하자 살해돼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현지 범죄 조직에 살해된 데 이어 태국에서도 외국인 여성이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모델 제안'을 받고 태국으로 간 미모의 여성 모델이 미얀마까지 끌려가 장기가 적출된 채 사망했다. 캄보디아뿐 아니라 태국·미얀마 등 동남아 전역에서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조직이 손을 뻗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과 더선 등 외신은 벨라루스 출신의 베라 크라브초바라는 20대 여성이 모델 계약을 맺기 위해 태국 방콕으로 향했으나 이후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크라브초바는 태국 도착 직후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미얀마 국경지대로 넘겨졌다.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뒤 폭행과 협박을 당하며 사이버 범죄에 가담해 강제로 일을 해야 했다.
매체 보도를 보면 크라브초바가 끌려간 범죄 집단은 일명 '캠프'라고 불리며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무법지대로 중국계 범죄조직과 현지 군인들이 결탁해 운영하는 거대 불법 사이버범죄 집단이다. 이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인신매매로 끌려와 철조망 안에 감금돼 하루 16시간 이상 강제 노역을 해야 하며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목표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폭행·고문·장기 적출 협박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납치 후 로맨스 스캠 사기에 동원됐다 결국
크라브초바는 부유한 남성들을 상대로 이성적 호감을 가장해 접근한 뒤 신뢰를 쌓은 뒤 돈을 뺏어가는 '로맨스 스캠 사기'에 동원됐지만, 정해진 수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캠프가 모든 외부 활동을 차단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나아가 캠프의 한 행동 대원은 크로브초바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그는 이미 죽었다. 시신이라도 돌려받고 싶으면 50만 달러(약 7억900만 원)를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크로브초바의 가족이 돈을 송금하지 않자 다시 연락해 "이미 시신을 소각했다. 더 이상 찾지 마라"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매체 SHOT은 "크로브초바는 장기 밀매 조직에 팔려 장기가 적출된 뒤 시신이 소각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크라브초바의 가족들은 그의 유골이나마 받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벨라루스 외교부는 "벨라가 지난 9월 20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 양곤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며, "현재 벨라루스와 미얀마 외교 치안 관련 기관들이 함께 사건 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그는 처음부터 모델 에이전시가 아닌 범죄 집단으로부터 허위 계약을 받은 것이었고, 태국에서 바로 미얀마 북부로 끌려가 노예로 팔렸다"며 "그곳에서는 여성들이 외모를 이용해 남성들에게 접근해 금품을 뜯어내는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장기 적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크로브초바와 유사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치타 출신 중국계 모델 다시니마 오치르니마예바 역시 같은 조직의 손에 끌려가 장기 판매 명단에 오를 뻔했다. 다행히 러시아 외교부의 개입으로 구출될 수 있었던 그는 "모델 제안을 받고 갔지만, 실제로는 인신매매의 덫이었다"며 "총으로 위협받으며 일했고 탈출은 꿈도 꿀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러시아 주태국 대사는 "그가 태국에서 미얀마로 밀입국하도록 속인 뒤 악명 높은 노예 수용소에 갇혀 있었다. 그곳은 여성들에게 모델 계약이라고 속여 접근하지만 실상은 강제 노동, 로맨스 스캠에 가담시키는 조직이었다"고 밝혔다. 현지 인권 단체 관계자는 "이번 벨라루스 모델의 피해 사건은 단순한 인신매매가 아닌 현대판 '신체 거래'"라며 "이미 수만 명이 같은 방식으로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동남아 일대에 널리 분포되어 감금돼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023년 유엔 보고서는 미얀마에만 약 12만 명의 인신매매 피해자가 구금되어 있으며 주로 베트남과 인도, 스리랑카 출신이며 일부는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 일부 동아시아 사람들이 현대 노예로 사기 조직에서 강제로 활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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