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선납이 美입장…트럼프 설득 불확실"
"3500억불 투자 방식에 따라 외환 안정성 점검해야"
김정관·러트닉 회담…OMB 찾아 '마스가' 논의
한미 무역 협상의 막판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대미 투자 펀드 '선불 요구'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 저해 등 우려 사항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3500억달러 '업 프런트(up front·선불)'를 빨리하라는 것이 미국의 이야기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무 장관은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설득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전날 만나 대미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구 부총리는 "외환 사정상 한국이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것을 베선트 장관에게 말했고, 베선트 장관은 한국이 한꺼번에 선불로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베선트 장관에게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 행정부 내부에 (한국 입장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자기가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이 '선불 요구'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미국) 정부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철회했다, 안 했다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3500억달러 투자를 어떻게 할지 그 스킴(scheme·계획)에 따라 외환 안정성을 점검해야 한다"며 "3500억달러를 선불로 하게 되면 외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 스킴에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외환 영향이 적어진다면 저희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적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500억달러 대미투자 패키지에서 현금·대출·보증 등이 각각 어떤 비중으로 구성되는지에 따라 외환시장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미 투자 방식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나온 뒤 그것에 맞게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 부총리는 양국 통화스와프 가능성과 관련해선 "스킴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외환 소요가 나올 것"이라며 "업 프런트로 하면 외환 소요상 안 된다고 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외환 소요가 나오고, 그 외환 소요가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범위에서 가능하냐가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의 변동에 따라 통화스와프가 완전히 불가능하다,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 한다면 얼마만큼 해야 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냐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구 부총리는 3500억달러 투자 시기를 최대 10년으로 분할하고 원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했는지에 대해 "협상 과정 중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 한미 무역 합의 타결이 목표인지에 대해선 "국익 관점에서 협상의 내용만 잘 정리되면 APEC 계기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관·러트닉 회담…백악관 OMB서 '마스가' 구체화 논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방문을 위해 워싱턴DC 백악관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찾았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한미 무역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이날 오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를 찾아 러트닉 장관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첫 일정으로 백악관 업무 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찾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여분간 면담하고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면담 후 김 장관은 대화 의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가'는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을 뜻하는 용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이 지난 7월 큰 틀에서의 무역 협상을 논할 때 우리 측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조선(Shipbuilding)'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김 실장은 OMB 방문 직전에 "OMB가 조선업 프로젝트에 굉장히 중요한 부처"라며 "그래서 (오늘 방문 목적은) OMB의 얘기를 좀 듣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조선산업 협력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서로 인식을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또 김 실장은 한미 간 최종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OMB 방문을 통해 가시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을지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OMB는 직접적으로 협상을 하는 부처는 아니다"며 "(한미 간)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에 대한 본인들(미국)의 입장을 저희가 청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면담 후 김 장관은 최근 중국이 마스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핵심 업체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논의했는지 묻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마스가와 관련해)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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