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이상 인구 20% 넘어서며 기존 돌봄 시스템 한계 봉착
AI ·IoT·로보틱스 결합…여유 인력 '정서 돌봄'에 집중
수요 발굴-R&D-사업화 등 돌봄기술 선순환 생태계 구축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르자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돌봄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돌봄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요양보호사와 간병인 등 돌봄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기존과 같은 인력 투입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스마트홈, 돌봄로봇 등과 같은 'AI 돌봄'을 새로운 해법으로 내놨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 'AI 복지·돌봄 혁신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관련 연구와 실태 조사 등을 진행하며 정책 방향을 설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기술 등을 결합한 돌봄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 돌봄 현장에서 활용하고 관련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가정서 돌봄 업무 덜어줄 통합 플랫폼 구축
국내 공적 돌봄 재정은 연평균 8~10%씩 증가해 2032년엔 3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중 대부분이 인건비로 투입되는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재가(가정), 시설, 현장 지원이라는 세 영역을 통합해 돌봄 서비스와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재가 돌봄의 경우 집 안에 설치된 센서, 카메라, AI 스피커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 연동해 노인의 안전과 건강, 정서 지원 등 통합돌봄을 제공하는 'AI 스마트홈'이 도입된다. IoT 센서가 노인의 활동 패턴을 감지해 이상을 포착하면 AI가 상황을 분석해 돌봄인력에게 알려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설 돌봄에는 '스마트 사회복지시설' 모델이 적용된다. AI·IoT·로보틱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시설 업무를 세부적으로 분석, 자동화·효율화 방안을 도출하고 기술과 장비,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를 재설계한다. 일례로 AI 센서로 야간 순찰을 대체하고, 로봇이 돌봄 인력을 보조해 환자의 배설·목욕·체위 변경 등을 돕게 된다.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돌봄 현장의 디지털전환(DX)과 AI전환(AX)도 병행된다. 돌봄인력이 AI에 음성으로 보고하면 자동으로 기록지가 작성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돌봄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지원
이 같은 AI 돌봄 정책을 단발성 복지 사업이 아닌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해 복지부는 '연구개발(R&D)→실증→사업화·제품화→현장 적용→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돌봄 현장의 수요를 발굴해 R&D 과제로 기획하고, 시제품 제작과 시범사업을 통해 실증을 거친 뒤 사업화하는 수순이다. 제품화를 위해 이미 지난 2년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215억원 규모의 사회서비스 투자펀드도 조성됐다.
정부는 이 같은 첨단 돌봄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해 현재 2조7000만달러 규모,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웃도는 글로벌 돌봄기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계획이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은 일찌감치 돌봄 서비스·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이미 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사회복지와 공학, 기술이 결합한 다학제 연구도 추진된다. 단순한 돌봄기술 도입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서비스와 윤리적 기준을 포함한 종합적인 모델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24시간 작동하는 AI·IoT 기술이 돌봄인력을 대신하면 노인들은 최대한 자신의 집에서 오랫동안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살 수 있게 된다. 돌봄인력 입장에선 단순 반복적이고 육체노동에 의존해야 하는 돌봄 업무를 기술이 대신하는 동안 정서적 교감 등 더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돌봄에 집중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돌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8월 출범한 'AI 복지·돌봄 혁신 추진단(TF)' 회의에서 "AI 기술의 발전이 취약계층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개선하도록 이끄는 것이 부처의 역할이자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제들을 신속하게 발굴·추진하면서 AI와 사람이 조화되는 사회 기반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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