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올스톱…걱정 앞서는 한국·미국
팬데믹 침체 벗어나 신기술 도전 지지
변화 원하는 시민의식도 핵심축
중국, 10억짜리 보험 의무화로 피해자 보호
현장 점검한 뒤 보고서…체계적 후속조치
지난 8월 중국 충칭에선 주행하던 바이두 로보택시 아폴로고가 공사 현장 도랑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회 안내판 등이 마련돼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 당시 승객들은 무사히 구조됐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우한에선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가 로보택시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은 자율주행차 사고가 발생해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신기술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뜻은 아니다. 사고를 개발 과정의 일부로 보고, 이를 통해 기술을 보완한다는 의미다. 사고가 나면 기업뿐 아니라 관계 기관도 즉시 현장에 나가 원인을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한다.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자율성을 유지한 채 해법을 찾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은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시험 주행을 일시 중단한다. 한국은 두 나라와 달리 아직 명확한 대응 체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사고도 학습의 기회"…멈춤보다 전진 택한 중국
중국 정부는 로보택시 시범구역에서 사고 발생 시 최대 500만위안(약 10억원)까지 보상하도록 하는 전용 보험을 의무로 못 박은 피해자 구제 장치를 구축했다. 일반 차량의 '교통사고 책임보험' 한도가 통상 20만위안(약 4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자율주행은 시스템 오류나 원격 관제 등에 따른 리스크 요인이 커 정부 차원에서 보상 한도를 25배 수준으로 상향한 것이다.
지금껏 로보택시 관련 사고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보험에 따라 실제 보상이 이뤄지는 사례는 축적되고 있다. 현지 테크 업계 관계자는 "기술 실패에 따른 피해자 보호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한국도 지난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법에 따라 사망·부상·재물 등 피해 유형별로 세분된 보상 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 자체가 여전히 시범운행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니 실효성 검증은 아직이다. 실제 사고에 따른 보상이나 책임 분쟁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보상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에서도 진보된 모습을 보인다. 중국에서 로보택시 사고가 발생하면 ▲자율주행 차량 회사 ▲교통경찰 등 관련자가 모두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이후 정부와 기업이 대책 회의를 열고 사고 원인을 분석한다. 작성된 보고서는 시스템 개선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조치로 이어지며 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서 검토해 후속 정책에 반영한다. 핵심은 사고를 결함이 아닌 하나의 데이터로 다룬다는 점이다. 사고가 나면 모든 테스트를 '일시 중단'하는 미국이나 기술적 논의보다 사회적 불안이 먼저 증폭되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팬데믹 상처' 남은 도시에서 우려 대신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은 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시민들의 협조가 중요한 이유다. 우한의 경우 신기술을 환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도시 회복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긴 정체와 침묵의 시간을 거친 우한 시민들은 이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한때 멈춰 있던 도시가 기술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발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새로운 기술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한 시민 장신이 씨(38)는 "로보택시가 우한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상징이 됐으면 한다"며 "로보택시가 관광객 필수 코스가 됐다는 소식이 반갑다"고 말했다.
로보택시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 로보택시 탑승 인증을 올리는 게 유행이 됐고 학교와 유치원에선 '미래 과학기술을 체험하는' 필수 견학 코스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 리하오 씨(22)는 "위험을 두려워하기보다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지금 우한에선 신기술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우한(중국)=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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