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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랜차이즈는 47년 가는데…한국은 고작 '반짝 5년'[소자본 창업의 덫]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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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존속 기간 짧은 한국
가맹점 확대에 의존하는 기형적 구조
美·日은 가맹점 수익 로열티로 단순화
로열티 외 수수료 항목 복잡한 한국과 대조적

편집자주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은 '빚'을 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자영업자들은 가맹점 확대에 혈안이 돼 있는 프랜차이즈들의 '소자본 창업' 미끼에 걸려 대출 강권의 덫에 갇힌다. 대출로 시작한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나도 이익을 손에 쥐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영업이 부진하면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창업 과정에서 어떻게 '소자본 창업'의 미끼를 물게 되는지, 무리한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들여다봤다.

한국프랜차이즈학회가 밝힌 우리나라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평균 존속 연수는 5.7년(2021년 기준)이다. '프랜차이즈 강국' 미국의 47.5년과 비교하면 굉장히 짧다. 그만큼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잊히는 브랜드가 많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가맹비, 원자재나 부자재 물류비에 붙이는 납품 마진(차액가맹금) 등 가맹점 확장으로 얻는 각종 수수료에만 의존한 결과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지난해 기준 36만5014개에 달했다. 프랜차이즈 본사 수 8802개의 40배가 넘는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가 공개한 해외 프랜차이즈 가맹점 숫자와 비교해보면 80만 6270개인 미국에는 못 미치지만, 우리나라보다 20년 일찍 프랜차이즈 산업이 시작된 일본(25만2783개)보다는 훨씬 많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사실상 가맹점 포화상태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적지 않은 가맹점 숫자에도 불구하고 브랜드당 평균 가맹점 수로 보면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평균적으로 1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가맹점 29.5개가 얽혀 있는 반면, 미국과 일본은 각각 207.8개, 196.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브랜드가 전체의 4% 수준으로 대부분 자본력이나 규모가 영세한 기업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많은 프랜차이즈의 시장 실패 원인은 본사의 수익을 가맹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와 로열티(브랜드 이용료) 외에도 교육비, 차액가맹금, 광고 분담금 등 각종 수수료를 수시로 걷는 것을 업계 관행으로 여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직영점 비중이 높은 데다가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 정도만 걷어갈 뿐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가맹점 이익 확대에 본사 지원의 초점을 맞춘다.

'로열티 제로'와 '로열티 면제'를 홍보하는 한국 프랜차이즈들.

'로열티 제로'와 '로열티 면제'를 홍보하는 한국 프랜차이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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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미국과 일본의 외식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가 매주 혹은 매달 기준을 정해 매출의 4~8%를 로열티로 떼어간다. 맥도널드는 매달 매출의 4~5%, 스무디킹과 할랄가이즈는 6%를 가져간다. 일본의 도시락 프랜차이즈 홋토못토는 로열티를 매월 8만엔(75만원)으로 고정했고, 나가사키 짬뽕 체인점 링거헛은 매달 매출의 5%를 걷는다. 가맹점주 모시기 경쟁이 붙으면 바로 '로열티 0원'을 강조하며 할인하는 대신 가맹점 계약과 동시에 걷어가는 수수료 항목이 늘어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치킨·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칙필레는 가맹점으로부터 매출의 15%를 로열티로 가져가고, 여기에 이익 50%를 본사와 나눌 것을 요구하면서도 가맹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칙필레'에서 명시하는 가맹점주 최소요건. 칙필레.

미국 프랜차이즈 '칙필레'에서 명시하는 가맹점주 최소요건. 칙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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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필레는 '초보도 가능한 창업', '무자본으로 시작하는 창업'을 내세우는 대신 다른 조건을 둔다. 리더십을 발휘해 팀 단위의 조직을 이끌어 본 적이 있는지, 자금 관리를 하지 못해 파산한 적이 있는지,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라고 새 가맹점주에게 요구한다. 문어발식 가맹점 확장이 아니라, 한 매장을 책임지고 꼼꼼히 관리할 가맹점주를 본사가 고르는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 가치를 높인 덕에 가맹점주들의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고, 본사의 로열티와 이익 분배 요구에도 점주들은 기꺼이 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재료나 집기 등을 강요해 판매하고 이로부터 이익을 얻어가는 대신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자재를 함께 구매해 납품받는다. 이 구매협동조합은 1990년대 미국에서 원재료 값 폭등으로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자, 이를 타개할 방식으로 등장했다. 이 이후로 미국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물건을 납품하고 이익을 남기는 형태가 아닌 로열티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형식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했다.


얌브랜드의 협동조합 레스토랑공급망솔루션(RSCS) 소개 홈페이지.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이 소속해있다. RSCS.

얌브랜드의 협동조합 레스토랑공급망솔루션(RSCS) 소개 홈페이지.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이 소속해있다. RS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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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피자헛, 타코벨, 해빗 버거 그릴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 얌브랜드는 자회사로 '레스토랑공급망솔루션(RSCS)'이라는 협동조합을 두고 있다. 공동구매를 통해 식품, 포장 용기, 장비 등을 포함해 2만2000개 제품에 대한 가격 협상을 진행, 마진이 거의 없는 가격으로 가맹점에 납품한다. 프랑스 등 유럽 프랜차이즈들도 차액가맹금 없이 가맹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저가에 식자재, 물품들을 납품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은 본사에서 납품업체 지정 권리를 갖지만 남용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에 세세하게 명시해 가맹점주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일본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가이드라인에서 ▲원재료 공급이나 인테리어 공사 의뢰를 정당한 이유 없이 본사가 지정하는 사업자와 거래시키는 경우 ▲구매 수량을 강제하는 경우 ▲계약서에 없었던 신규 사업으로 가맹점주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할 경우 등을 독점금지법 위반이라고 명시하고 관리하고 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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