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정지출 속 고금리 부담
최대 우려는 "금융 시장 혼란"
2010년 유럽 '파멸의 고리' 연상
전 세계 정부가 고금리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계속 늘리면 4년 내로 국가채무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과거 전시(戰時) 상황에 준할 정도로 각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빅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은 "전 세계 공공부문 부채가 2029년쯤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기록한 사상 최고치(132%)에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은 금융 시장에서 혼란(financial turmoil)이 발생하는 경우다. 가스파르 국장은 지난 14일 공개된 IMF의 '재정점검보고서'를 인용해 "이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때처럼 재정과 금융이 서로 악순환을 일으키는 '파멸의 고리(fiscal-financial doom loop)'를 촉발할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IMF는 이번 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지만 최근 다시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이 생산량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스파르 국장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재정개혁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부채를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하며 완충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공부채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각국의 재정 지출 확대로 부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각 주체의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파르 국장은 "현재 차입 비용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고 2020년 팬데믹 이전 시기보다 훨씬 높다"며 "금리 상승이 예산에 압박을 주는 동시에 지정학적 긴장, 자연재해 증가, 파괴적 기술 변화, 고령화 등으로 재정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신흥국은 미국, 캐나다, 중국, 프랑스 등 선진국보다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부채 비율이 낮아도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이 들고 정책 여력이 부족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부채비율은 2025년 125%에서 2029년 140.1%로 오를 전망이다. 재정적자는 계속 GDP의 8% 안팎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IMF는 내달 미 경제 연례검토 때 미 정부에 재정적자 축소 및 부채 안정화를 촉구할 계획이다.
IMF는 또한 중국의 공공부채가 2024년 GDP의 88.3%에서 2029년 113%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부채비율은 2025년 53.4%에서 2029년 62.7%로 증가하지만 재정수지 적자는 -1%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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