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
전례 없던 규제에 현장 혼선
"오후에 집 보러 온다고 했던 손님이 '좀 더 지켜보겠다'며 약속을 취소했어요."(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A공인)
"계약금 넣겠다고 손님들이 몰렸어요. 대출 한도 줄어들까 봐 다들 서두르네요."(분당 양지마을 인근 B공인)

정부가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이후 매물을 줄어들고 전세 물량이 사라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 마포의 한 부동산 매물 안내판의 전세 안내물에는 엑스(X)표시가 되어 있고, 매매 안내판은 비어 있다. 2025.10.16 윤동주 기자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과 규제지역으로 묶는 전례 없는 부동산 규제가 발표된 첫날 집값 급등 지역에서는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울 한강 벨트의 한 축인 마포구는 "거래할 사람은 다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서울에 이어 집값 키 맞추기가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는 "계약하자"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집값 상승의 풍선 효과와는 거리가 멀었던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의 경우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각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은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집값은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화도 없다" 조용한 마포
15일 오후 찾은 마포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은 조용했다. 마포더클래시 인근 A공인 대표는 "전화도 안 온다. 사려는 사람들은 이미 계약금을 다 넣었다. 당장 며칠 내에 거래하겠다는 손님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마포·성동 일대에 규제 가능성이 거론됐던 만큼 매수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 데다 예상보다 강한 규제가 나온 영향으로 분석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호가가 1억원 이상 오른 데다 예상보다 강한 규제가 발표되면서 관망세로 접어든 모습이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B공인 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부터 손님이 끊겼다.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가 막히게 되면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돼 그런 것 같다"며 "당분간 매매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입주 가능한 매물이 평시 대비 절반 수준이고,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공인 대표도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실거주를 해야 하는 부분이 투자자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소들은 이런 관망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마포더클래시 인근 C공인 대표는 "토허제로 인해 거래량은 당분간 확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인근 D공인 대표는 "세입자가 나갈 때까지 팔지 못하니 매물이 줄고, 거래도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2월 입주를 시작한 마포더클래시의 경우 총 1419가구 중 절반가량에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적어도 2027년 2월 이후에나 집을 비워주게 된다. 그전까지는 집주인이 거주하는 물건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마저도 현금 거래를 해야 하고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니 거래 자체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가격은 떨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D공인 대표는 "매도자들은 상급지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많은데 다른 지역이 다 올라가 있으니 팔 때 더 받으려고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E공인 대표는 "강한 조치가 나왔더라도 당분간은 약보합, 길게는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며 "마포는 이제 평당 매매가가 1억원을 찍었고 반포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인근 F공인 대표도 "마포에서 팔고 강남으로 가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강남 가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강남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약금 넣을게요" 분주한 분당
마포와 달리 분당 양지마을 인근 중개업소들은 빗발치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금호1단지 인근 G공인 관계자는 "규제 지정 소식 지라시가 돌면서 이틀간 금호1단지 32평 갭투자 매물, 청구아파트 64평 매물이 각각 22억원, 2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며 "어제 갭투자 매수를 문의하는 손님이 4명이나 찾아왔는데 매물이 없어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양지마을 한양아파트 인근 B공인 대표는 "규제 전 계약을 서두른 한 손님은 예정보다 일찍 계약금을 마련하려다 자금 계획이 꼬이게 됐고, 결국 계약금을 10%에서 7%로 조정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중개업소들은 이번 규제로 소형 평형을 대상으로 한 갭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G공인 대표는 "기존에 갭투자와 일반 매수의 비율이 7대 3 정도 됐다. 그런데 규제가 강화되면서 소형 평형 위주로 갭투자 비중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6·27 대출 규제 때도 그랬듯이 규제가 나오면 3개월 주춤했다가 조정을 조금 기다린 뒤 다시 매수가 몰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청구아파트 인근 H공인 대표도 "재건축 기대감으로 11평, 14평 매물을 10억원대에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던 상황인데, 너무 좁고 실거주가 어려워서 매수세는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매 제약에 집을 팔기도 쉽지 않아질 것으로 봤다. I공인 대표는 "임대사업자 만료로 매도를 하려 했던 집주인들이 가장 곤혹스럽다"며 "임차인이 전세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할 경우 토허제 시행 후 매도할 수 없으니 꼼짝없이 집을 팔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황한 노·도·강
이제 집값이 오르려나 기대했던 서울 외곽지역들은 광범위한 규제 앞에 당혹스러워했다.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인근 J공인중개업소는 "이 동네는 현금이 많지 않은 신혼부부들이 주로 매수하는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대출 한도가 줄면 거래도 감소할 것"이라며 "지난여름부터 거래가 조금씩 됐었는데, 이번 대책으로 인해 걱정이 많다"고 답했다. 도봉 래미안 K중개업소 관계자는 "6·27 이전이나 이후를 가릴 것 없이 거래가 안 됐다. 여기까지 토허구역으로 묶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거래가 아예 끊길까 봐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허제로 인해 거래량은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5억원 미만 아파트도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낮아지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감소하고, 이 지역 수요자들은 현금보유력이 크지 않아 매수세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며 "마포, 성동, 광진은 토허제 지정 후 실거주 수요가 받쳐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허제로 갭투자자가 빠지게 된다면 강남3구와 같이 실수요가 받쳐주는지에 따라 가격 양상이 다르게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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