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확보율 59%·집행률 78%
신라왕경과 대조…특별법·11명 조직
국가유산청이 1조4000억원 규모의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을 근거 법률과 전담 조직도 없이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예산 확보와 집행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이 15일 공개한 국가유산청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확보된 예산은 4207억원이다. 정부가 계획한 7152억원의 59.4%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예산 집행률이 평균 78.1%에 그쳐, 확보한 예산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백제왕도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은 총사업비 1조4028억원(국비 9317억원, 지방비 4711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2017년부터 2038년까지 22년간 공주·부여·익산 일대 백제문화권의 핵심 유적을 복원·정비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처럼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전담 조직과 근거 법률이 없는 것은 제도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 설치된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 추진단'은 지난 5월 국가유산청 조직 개편 과정에서 폐지됐다. 설립 근거가 된 총리 훈령이 함께 사라지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신라왕경 복원 사업의 경우는 다르다. 2019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여전히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이 법적 근거를 두고 운영 중이다.
현재 백제왕도 사업은 국가유산청 '고도보존육성팀' 산하 '백제왕도계'가 맡고 있지만, 직원 구성은 지자체 파견 인력 다섯 명뿐이다. 추진단 시절 열두 명이던 조직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반면 신라왕경 사업은 국가유산청 직원 일곱 명, 지자체 파견 네 명 등 열한 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차이는 사업 계획의 체계성에서도 드러난다. 신라왕경 사업은 특별법에 따라 5년 단위의 '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으며, 현재 2026~2030년 계획을 용역 중이다. 그러나 백제왕도 사업은 2017년 세운 '보존관리 기본계획' 이후 추가 계획이 전무한 상태다.
박 의원은 "국가유산청이 장기 국가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제도적 기반을 스스로 허물었다"며 "백제왕도 복원 사업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특별법 제정과 전담 조직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백제왕도 핵심유적 종합계획 수립, 지자체 협의체 구성, 사업추진단 설치 근거 등이 포함돼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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