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세번째 부동산 대책
정부 "시장 불안 조기에 차단"
토지거래허가구역 함께 지정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 예상
정부가 서울 전역과 강남권과 인접한 경기 일부 지역을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은 건 집값이 급등한 '핀셋' 지역만 지정할 경우 인접한 곳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3월 새 정부 들어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기 전이던 6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 주택공급방안을 망라한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시장에선 '별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가수요까지 유입, 수급 불안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다.
경기 둔화 조짐에도 한은이 선뜻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것도 서울 등 선호지역 부동산 시장을 한층 더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후 "최근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수요와 공급 양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원칙 아래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당장 집을 사려는 이는 대출 제한을 받는다. 이날 대책으로 새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북권이나 과천, 분당, 수원 등에서 무주택자가 집을 살 경우 담보인정비율(LTV)이 70%에서 40%로 낮아진다. 처분조건부 1주택자도 똑같다. 유주택자는 기존에도 LTV를 0%로 적용받아 대출이 제한됐다. 규제지역에서는 생애 최초 LTV 70%나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도 적용받는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1주택자 대출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하는 등 전세대출도 제약받는다.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이 있으면 대출실행일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구입이 제한된다.
이 밖에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가 중과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전면 배제되는 등 부동산 세제가 불리해진다. 양도세 1세대 1주택 비과세 요건도 보유 2년에서 보유 2년+거주 2년으로 강화된다. 수도권 주택은 3년 전매제한(오피스텔 1년)이 걸리고 지역 거주자 우선공급·1순위 자격요건 강화·가점제 적용비율 차등·재당첨제한 등 각종 청약제도도 깐깐해진다. 집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 신고도 의무화된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확대가 금융권 차입을 통한 주택 구매를 억제해 시장 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갭투자를 막기 위한 방편이다. 정부가 임대보증금 승계비율을 따져보니 올해 3월 강남3구와 용산구 등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갭투자 비율이 급격히 줄었는데 미지정지역에서는 여전히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합동브리핑에 참석,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구 부총리,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임광형 국세청장이 참석했다. 2025.10.15 조용준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서울 전역과 경기 12곳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 지역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관할 관청(시·군·구)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에 광범위하게 지정함에 따라 일선 지자체에서도 행정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절차상 불편한 점을 고치기로 했다.
시장에선 그간 일부 지역에서 보였던 '패닉바잉'은 잦아드는 한편 풍선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시중 자금이 풍부한 데다 기존 강남권에선 대출 제약에도 집값이 오르는 등 불을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상급지 갈아타기를 막고 아파트 갭투자 차단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라며 "단기급등지역이나 토허제 지역은 일부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등 전반적으로 숨 고르기 장세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값이 크게 오른 한강 벨트 외에 노·도강, 금·관·구 지역까지 규제 수위를 바짝 조이며 집값 상승 풍선효과를 전면 차단코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읽힌다"며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의 '포모' '패닉바잉' 수요는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풍부한 유동자금과 기준금리 인하 기대, 전·월세 불안 요인이 겹치며 수요자의 집값 상승 전망과 무주택 수요의 주택 구매까지 완전히 진화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당장은 거래절벽이 자명하지만 강남구는 집값 상승 기대감과 희소성으로 거래가 줄어도 호가나 실거래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급격히 올랐던 마포·성동·광진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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