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국 '여권 지수' 정상권 싹쓸이
미국·영국 나란히 순위 하락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여권'으로 불렸던 미국 여권이 20년 만에 톱10에서 밀려났다. 영국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5 헨리 여권지수'에서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 12위에 머물렀다. 반면 싱가포르, 한국, 일본이 1~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국가들이 여권 파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CNN은 14일(현지시간) 헨리앤파트너스가 발표한 2025 4분기 여권지수를 인용해 세계 여권 파워 순위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싱가포르 여권은 전 세계 193개국에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190개국), 일본(189개국)이 각각 2·3위에 오르며 아시아 3국이 세계 여권 파워 정상권을 휩쓸었다.
그 뒤를 독일·이탈리아·스페인·스위스·룩셈부르크(188개국)가 공동 4위를, 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오스트리아 등 유럽연합 주요국(187개국)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美 여권 하락, 개방성 부족 탓
미국은 180개국 무비자 입국으로 말레이시아와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헨리 지수는 비자 없이 방문 가능한 국가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며 동일 점수는 공동 순위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미국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한 국가는 총 36개국에 달한다.
미국 여권의 하락세는 '이동성 약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4년 4월 브라질이 상호주의 문제를 이유로 미국 시민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데 이어 베트남도 최근 무비자 대상국에서 미국을 제외했다. 중국은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확대했지만 미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헨리앤파트너스의 크리스티안 케일린 회장은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글로벌 이동성과 소프트파워의 변화"라며 "개방과 협력을 중시하는 나라들이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UAE '급등'…英도 최저 순위 추락
중국은 지난 10년간 순위가 94위에서 64위로 상승했다. 러시아·걸프국가·남미 등과의 비자 협정 확대가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 한편 영국은 2015년 이후 최저 순위인 8위로 떨어졌다.
UAE(아랍에미리트)는 10년 새 42위에서 8위로 34계단 급등하며 중동권 '여권 강국'으로 부상했다. 반면 아프가니스탄(106위, 24개국)·시리아(105위, 26개국)·이라크(104위, 29개국) 등은 여전히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위 싱가포르와 106위 아프가니스탄의 이동성 격차는 무려 169개국에 달한다.
CNN의 리처드 퀘스트는 "미국 여권 약화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폐쇄적 이민정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행 접근성과 이용 가능성을 높여주는 시민권들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일반 여행자에게는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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