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상무부의 제61, 62호 공고 살펴보니
희토류 0.1%만 포함해도 통제 대상
기술은 물론 노하우 유출도 원천 차단
지난 9일 미·중 관세 전쟁의 불씨를 재점화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내용은 앞서 2023년 12월, 2025년 4월에 발표된 희토류 수출 규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해외에서 제조됐다 하더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미량이라도 들어있는 제품이라면 중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고, 희토류 채굴 뿐 아니라 가공·제련에 중국의 기술이 활용됐다면 통제 대상이 된다. 단순히 희토류 수출만 제한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희토류 시장에 대한 광범위한 지배력을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토류 넘어 기술 통제 노려
과거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희토류 공급 자체에 집중됐다. 2010년 중국 정부는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일본을 향한 핵심 희토류 수출을 끊으며 처음으로 통제 정책을 선보였고, 2023년 12월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지만, 대상은 추출·정련 및 영구자석 제조 기술로 제한됐다. 2025년 4월에도 영구 자석의 원료로 쓰이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등 중(重)희토류 7종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새 제한 조치는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훨씬 집요하게 옥죈다. 핵심은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제 61, 62호 공고다. ▲해외에서 제조된 공산품이더라도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됐을 경우 적용되는 수출 허가제, ▲희토류 채굴, 제련·분리, 영구자석 재료 제조 및 생산과 관련된 기술 및 매체, 노하우까지 아우르는 수출 통제 정책이 골자다.
美 반도체 통제와 유사한 '0.1% 법칙'
61호의 핵심인 '0.1% 법칙'은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자국산 제품에서 해외 생산 제품으로 확대된 첫 사례다. 즉 오는 12월부터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영구 자석 전기 모터·반도체·통신 장비라고 해도 중국에서 가공된 희토류를 조금이라도 사용했을 경우, 중국 정부에 신고해 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량살상무기, 테러리즘의 목적, 군사 능력 향상 등 군사적인 용도의 희토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주요 제품에도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14나노미터(㎚) 로직 칩, 256단 이상 메모리 칩, 관련 제조 및 시험 장비를 상무부의 개별 심사 대상으로 고지했다.
이 정책은 과거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시행했던 '해외 직접 제품 규칙(FDPR)'과 유사하다. 2022년 미 상무부가 발표한 기술 통제 정책으로, 해외 생산 반도체라고 해도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공정 과정에 투입될 경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미국의 수출 통제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 상무부의 61호 공고 또한 희토류 시장에서 유사한 효과를 노리는 셈이다.
이와 관련,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미국 국제전략연구센터(CSIS) 연구원은 "이번 수출 통제는 그동안 미국이 사용했던 FDPR을 중국이 이용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 중국 당국은 차세대 메모리 칩, 반도체 제조 설비 등 각 사례를 개별 검토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수출 전에 고객 정보, 기술 사양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산 제품에 자국 희토류가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상무부가 관련 자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권 이음관세사무소 대표관세사는 아시아경제에 "모든 제조업체는 제품 원재료 정보가 담긴 자재 명세서(Bill of materials)를 만들어 보관할 의무가 있다. 중국 당국이 수출 허가를 발급하기 전 이 문서를 검토할 것"이라며 "자재 명세서는 업체가 원재료를 누구에게 샀는지, 얼마에 구매했는지 등 모든 정보가 기록되기에 희토류 원산지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노하우 유출까지 원천 차단
희토류 채굴, 가공, 제련과 관련된 기술을 모두 통제하는 62호 공고는 희토류 공급망을 정면으로 노린 조치다. 사실 중국은 희토류 자원만 풍부한 게 아니라, 광물을 소재로 제련하고 영구 자석 등 산업재로 가공하는 기술에 훨씬 뛰어나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약 4400만톤(t)으로 전 세계 총매장량의 48% 수준에 불과하나, 정제 희토류 생산량은 연간 7만4000t 안팎으로 91.4%에 달해 사실상 독점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62호에선 "지식재산권(IP) 허가, 인력 교류, 전시, 테스트, 지원, 교육, 공동연구개발, 고용, 자문 등 어떤 형태의 기술 이전 또는 제공"도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한다. 우월한 제련, 가공 기술을 가진 중국 기업의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향후 미국 등 다른 나라가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구성하려 한다고 해도, 62호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표 희토류 생산 기업인 MP 머티리얼즈도 2017년 마운틴패스 광산 시설을 개발할 때 중국 국영 희토류 기업 성허(盛和)자원의 도움을 받았다. 중국이 누적한 기술, 기술, 노하우 이전 없이는 해외 희토류 생산 단지의 수율 확대는 더딜 수밖에 없다.
바스카란 연구원은 "(62호 공고는) 중국의 독점 기술과 노하우 유출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중국 희토류는 이제 강력한 경제적, 지정학적 파급력을 가진 도구이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희토류 공급망이 형성되려면 여전히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중국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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