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정권 Z세대 주도 시위로 붕괴
1인당 GDP 45년째 500달러선
2009년 쿠데타 이후 경제난 극심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 주도 반정부 시위로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정권이 붕괴됐다. 1980년 이후 줄곧 500달러선에서 제자리 걸음 중인 국민소득에 청년실업률이 40%를 넘어서자 청년층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네팔에 이어 마다가스카르에서도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에 정권이 무너지면서 젊은층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980년보다도 낮아진 1인당 GDP…경제난에 Z세대 폭발
17일(현지시간) 마다가스카르 군부 수장으로 임시국가 정상직을 맡고 있던 마이클 란드리아니리나 대령이 대통령에 취임했다. 앞서 지난 14일 마다가스카르 의회가 국외로 도주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재적의원 163석 가운데 130표 찬성으로 통과시키면서 그의 집권은 확실시 돼왔다. Z세대 주도 반정부시위가 2주 이상 이어졌던 마다가스카르는 정정불안이 심화되다가 군부가 시위대와 손을 잡고 라조엘리나 대통령 축출에 나서면서 결국 정권이 붕괴됐다.
이번 시위의 배경은 극심한 경제난이 꼽힌다. 세계은행(WB)이 집계한 마다가스카르의 지난해 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45달러로 전세계 186위다. 1인당 GDP가 577달러였던 1980년 보다 낮은 것은 물론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의 평균 기록인 57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극빈국이라 불리는 북한(약 1200달러)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주된 산업이 관광과 농업인 마다가스카르는 코로나19 사태로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가뭄과 태풍이 자주 발생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경제난이 가중됐다. 지난해 빈곤율은 75%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40%를 넘어선데다 단전과 단수도 자주 발생하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확대됐다.
라조엘리나 집권 후 경제난 심화…부정부패·양극화에 군부도 돌아서
2009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라조엘리나 대통령 및 측근들의 부정부패도 반정부 시위의 주된 요인으로 떠올랐다. 그의 장기 집권 기간 마다가스카르의 경제난이 더욱 가중되고 부정부패도 심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마다가스카르의 부유층 가문에서 태어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07년 정계 입문 전까지는 마다가스카르의 방송사인 비바(Viva) TV의 사장이었다. 이후 2009년 군부 쿠데타 당시 임시정부인 고등잠정통치기구의 의장으로 추대되며 정권을 장악했다. 그후 2018년 대선에서 정식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2023년 재선에 성공하며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발생한 소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반정부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물과 전기 부족을 해결해달라는 청년들의 시위를 마다가스카르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하고, 시위대 2명을 체포한 일이 알려지자 청년들이 반발하며 시위에 대거 참가했다.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라조엘리나 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도 등을 돌렸다. 그의 집권을 도왔던 마다가스카르의 정예부대인 캡사트(CAPSAT)가 시위대 편으로 돌아서고, 군부와 경찰까지 시위대에 발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권이 무너졌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프랑스군 군용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는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프랑스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국외 탈출을 도와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팔 이어 Z세대 주도 혁명 성공…동남아·아프리카 전역 시위 확산
지난달 네팔에 이어 마다가스카르도 Z세대의 반정부시위로 정권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청년층 주도 시위가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극빈국 중심으로 크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반정부 시위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네팔 시위의 성공을 보고 크게 자극 받았으며, 시위 및 투쟁 방식을 많이 모방했다. 현재 Z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모로코와 케냐, 인도네시아, 필리핀, 페루, 파라과이 등도 네팔 시위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관광과 농업에 의존하는 저소득 국가들로 코로나19 이후 관광산업이 급격히 위축되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마다가스카르의 정권 붕괴 후 결국 군부가 집권하게 되면서 Z세대의 목소리가 정계에 직접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다가스카르 전문가인 루크 프리먼 런던대학교 교수는 프랑스24채널과의 인터뷰에서 "Z세대 시위대가 마다가스카르 정계변화의 뇌관으로 작용했지만, 결국 군부가 재집권했다"며 "새로운 민간정부로 이양한다 해도 Z세대 시위대는 정치체제 개편 과정에서 소외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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