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등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해 15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에서 보유세를 늘리는 부동산세제 개편안은 담지 않았다. 이번 대책에 초강경 규제지역 확대안과 대출 규제 강화안이 포함된데다,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세 부담 확대 카드까지 동원하면 자칫 반감만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유세와 거래세 조정 등 부동산세제를 손보겠다는 방침은 공식화했다.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 과세 형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구체적인 개편 방향과 시기, 순서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용역,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보유세 거래세 조정과 특정지역 수요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 합리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흐름 유도, 응능부담 원칙, 국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을 통해 보유세 부담을 일정 부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번 대책에는 담지 않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산출 시 과세표준을 산정하는데 적용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을 높이면 과세표준이 올라가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에 신중한 이유는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가진 고령 은퇴자 등 중산층에 부담을 주는 비판 여론 등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수도권 연간 27만호의 주택공급을 목표로 하는 9·7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세 부담 확대 카드까지 동원하면 자칫 민심 반감만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급 대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만 올릴 경우 세 부담만 키워 실수요자들의 불만만 자극할 뿐 집값 안정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6월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세제 개편이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내년까지는 대출과 거래제한 규제로 수요를 억압하고 세제 개편 시점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 부총리는 전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금으로 수요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공급을 늘려서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데 (정책의) 방점이 있다"면서 "세제 정책을 안 쓴다는 게 아니라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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