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 전혀 대비 못한 듯 보여"
국정자원장 "특수성 고려 부족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원인으로 꼽히는 배터리 이설 작업을 담당한 업체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처음으로 공개된 화재 당일 CCTV 영상에는 불꽃이 튄 뒤 작업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15일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정자원 화재 CCTV 영상을 보면 사고 당일 오후 8시16분께 전산실 한쪽 벽 배터리팩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어 올랐다. 당시 전산실에는 작업자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고 있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에게서 작업 당시 배터리 부속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불꽃이 일자 작업자들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1분여 뒤 더 큰 폭발이 일어나자 순식간에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깔렸다. 화재 발생 3분 뒤인 8시19분께 다시 작업자들이 들어와 소화기로 불길을 잡으려는 모습이 담겼지만, 오히려 불길이 더 커지자 모두 빠져나왔다.
전날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담당 업체의 전문성을 검증했다. 김 의원은 CCTV를 보고 "배터리팩 교체 시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고 사람들을 뽑은 것이냐"고 물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사고 당일 감리 업무 일지에는 일반적인 내용만 기술돼 있고 충전량 확인, 랙별 전원 차단 등 사전 조치 내용이 아무것도 기록돼 있지 않다"며 작업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 경쟁 입찰이 아닌 '제한 경쟁 입찰'로 업체를 선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고 의원의 질의에 "배터리 이설 업체 선정, 계약 조건, 입찰 방법 등에서 배터리 이설 공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배터리 이설 작업 관련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따로 매뉴얼이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주요 시스템의 빠른 복구와 함께 데이터센터 관리 체계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1·2등급 시스템 복구는 이달 말을 목표로 하고, 완전히 소실된 7-1 전산실 시스템 복원은 다음 달 20일께까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윤 장관은 "'업타임 인스티튜트' 같은 곳에서 권장하는 데이터센터 등급 제도 같은 것을 법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미국의 평가·인증 기관 '업타임 인스티튜트'는 전력·냉각 이중화 수준 등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급 표준을 만들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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