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상서 유효성 지표 미달했지만
기능·호흡·생존 모두 유의미한 지표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친 루게릭병(ALS) 세포치료제 '뉴로나타-알'의 내년 상업화 승인을 달성하겠습니다."
양길안 코아스템켐온 대표는 1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코아스템켐온은 이르면 연내 국내 조건부 허가 변경과 내년 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신청 준비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약은 글로벌 3상에서 1차 유효성 지표에는 미달했지만, 신경손상 바이오마커(NfL) 감소와 '슬로우 프로그레서(slow progressor·질병이 느리게 진행되는 환자)' 환자군에서의 기능·호흡·생존 등에서 유의미한 지표를 보였다.
회사는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뉴로나타-알주'의 조건부 허가 변경을 신청하고, 현재 보완 요구에 대응 중이다. 이태용 코아스템켐온 쥬중앙연구소장은 "임상 3상 전체 분석에서 신경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단백질(NfL)이 감소했고, 진행이 느린 환자군에서는 기능(ALSFRS), 생존·기능 복합지표(CAFS), 호흡 능력(SVC) 모두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루게릭병은 대표적인 난치병으로 꼽힌다.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죽어가는 병인데, 신경세포가 사멸하는 근본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한 번 손상된 신경세포는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진행을 멈추는 것조차 어렵다. ALS의 병태를 완벽히 재현하는 동물모델이 없고 현재까지 개발된 약물이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을 효과적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양 대표가 강조한 '세포 기반 치료의 필요성'이 그래서 주목받는다. 손상된 신경을 직접 보호·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루게릭병은 원인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난치성 질환이지만, 뉴로나타-알주는 신경세포 손상 억제와 염증 완화, 기능 회복의 단서를 제시했다"며 "이 플랫폼은 ALS를 넘어 다른 신경·희귀질환 치료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또 "경제성만 따지면 루게릭은 손대기 힘든 영역이지만, 누군가는 그 첫 길을 열어야 한다"며 "임상·제조·품질 전 과정을 한국에서 스스로 해낸 유일한 회사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의 행보는 연내~내년 초 FDA와의 '타입(Type) C 미팅'으로 본격화된다. 이 회의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제약사가 미국 FDA와 임상 시험 계획(IND)이나 허가 전략 등 개발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다. 양 대표는 "미팅 리드타임(허가까지 걸리는 총시간)을 감안해 연내에 자료 준비를 끝내고, 긍정적 시그널이 확보되면 FDA에 BLA(생물의약품허가)를 제출하겠다"며 "목표는 내년 승인"이라고 밝혔다.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미국 내 초기 물량은 국내 오송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 소장은 "제품 유통기한을 2일에서 7일로 연장했고, 오송 GMP(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 시설은 기존 공장 대비 약 7배 규모로 최신 설비를 갖췄다"며 "올해 제조업 허가 후 내년 초 밸리데이션을 마치고 제조사 추가승인을 받으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미국 수요 확대 시 CMO(위탁생산) 활용이나 현지 생산도 옵션"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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