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보다 남성이 더 취약…혈압 때문
일본 도쿄과학연구소 발표
고령층의 주거 형태가 생존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독주택에 사는 노인은 아파트 거주자보다 사망 위험이 더 높았으며, 이는 실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도쿄과학연구소(Science Tokyo)는 10일 "6년간 노인 약 3만9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임대 아파트나 자가 단독주택 거주자의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자가 아파트 거주자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단독주택은 사방이 외부에 노출돼 실내 온도가 더 차갑고 불안정해지기 쉽다"며 "주택 단열을 개선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특히 남성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주택 및 건강 지침'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은 추운 집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위가 혈압 상승을 유발해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역시 지난해 발표한 '심혈관 질환 임상 진료 지침'에서 주거 환경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번 연구는 평균 연령 73.6세의 일본 고령자 3만873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다. 연구진은 주거 형태(자가·임대, 아파트·단독주택)를 기준으로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뇌졸중 등으로 인한 공식 사망 기록을 연계 분석했다.
그 결과, 단독주택 거주자는 아파트 거주자보다 실내 온도 변동 폭이 컸으며, 이에 따른 혈압 상승과 변동성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이전 연구들에서도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실내 온도가 낮고 불안정하다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특히 남성에게서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일본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60~70대 남성은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수축기 혈압이 높아 추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주택 단열 수준을 높이고, 실내 온도를 WHO 권장 기준인 섭씨 18도 이상으로 유지하면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와타루 우미시오 도쿄과학대 건축학과 조교수는 "단열이 개선된 고품질 주택은 노인의 건강을 보호할 뿐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여 기후 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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