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중국 관련 혐오 정서 빠르게 확산
혐중 정서 확산에 대만 여행객 불안도 커져
최근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중국 관광객으로 오인하기 쉬운 대만 관광객이 자신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대만인 배지'를 패용에 대한 고민이 온라인 공간에 전해졌다.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심한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대만 사람이에요'라고 한글로 적힌 배지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올린 배지에는 대만 국기(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든 캐리커처와 '나는 대만사람입니다(I'm from Taiwan)'라는 영문 문구가 함께 새겨져 있었다. 글자 아래엔 대만의 공식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들고 있는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이를 본 대만 누리꾼은 "한국인이 중국인과 대만인을 구별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가지고 다녀라", "일본에서도 코로나19 때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대만 국기 배지를 달고 다녔다"고 의견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 방문 시 이 배지를 달았는데, 점원이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걸 느꼈다"고 경험담을 남기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누리꾼은 "택시 운전사들은 관광객 자주 태우니 대만인과 중국인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일반 사람들은 정말 알 수 없다"며, "일부 한국 사람들에게는 중국이나 대만이나 차이점을 모를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선 대만 관광객의 우려처럼 실제 국내에서 대만인 대상 범죄가 최근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9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대만 국적 유튜버 B씨가 한국인 남성 2명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남성 2명은 A씨에게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하며 신체 접촉을 했다가 이를 거부하자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의 대처도 논란이 됐다. 경찰은 A씨를 폭행한 사람은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이라고 밝혔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
국내에서 혐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으로 집계됐다. 8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만 5000명으로, 올해 1월(36만4000명)보다 1.7배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8000명)을 넘어선 수치다.
특히, 최근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한국 내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고, 이는 실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30대 남성인 B씨가 한국에 여행 온 20대 중국인 여성 2명의 허리를 걷어차는 일이 발생했다. B씨는 이들이 버스 안에서 중국어로 대화했다며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까지 쫓아와 폭행했다.
B씨는 닷새 뒤에도 대만인 30대 남성을 중국인으로 오인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 B씨에게 "피고인이 평소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야간에 중국인을 노리고 범한 혐오범죄로 보이는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이 '혐오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적시했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나아가 일부 전문가는 현재 한국 내 혐중 정서가 '혐오의 피라미드' 형태로 증폭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혐오의 피라미드' 이론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혐오 표현을 거쳐 차별 행위에서 혐오 범죄, 나아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현재 한국의 혐중 정서는 차별 행위가 혐오 범죄로 이어지는 위험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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