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항 시 자동차운반선 t당 46달러 수수료
미국이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현대차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도 연간 2000억원의 비용 부담을 떠안게 생겼다.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데다 대미 물류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완성차·부품사들의 수익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14일(현지시각)부터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이 입항하면 t수당 46달러(약 6만6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조선업 재건과 외국 해운사의 시장 지배 차단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운반선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사실상 세계 모든 자동차 운반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6월 말 기준으로 자사선 35척, 용선 61척 등 모두 96척의 자동차운반선을 운용 중이다. 이 가운데 약 30여척이 미국 항로를 운행하고 있다. 1만9322t인 7000CEU(1CUE는 차 1대 운반 단위)급 선박 기준으로 미국에 1번 입항하면 88만8812달러, 약 12억7000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항만 수수료를 현대글로비스가 모두 부담할 경우, 연간 20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선박당 부과 횟수를 연간 5회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비용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부담에도 당장 미국 운송을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완성차의 현지 생산이 늘어도 그에 따른 부품 수요도 따라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작년 말 현대차·기아와 오는 2029년까지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해둔 터라 수수료 부과분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해운업계는 오는 12월 10일까지 입항 수수료 납부 유예 기간 동안 정부가 추가 협상에 나설 것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미 무역대표부(USTR)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의 부과 대상을 명확히 정의하고, 원래 겨냥한 국가로 한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USTR은 내달 10일까지 입항 수수료에 대한 의견 조회와 공청회를 진행하고 그 이후 최종안이 확정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인 만큼 그에 맞춰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한 협상 과정에서 입항 수수료에 대한 업계의 명확한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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