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래 예측 대회서 첫 8위
딥마인드 출신 과학자가 창업한 맨틱AI
집단 지성 AI로 인간 직관력 따라잡아
신속한 기계 이용, 미래 예측 자동화 목표
미국에는 '메타큘러스 컵'이라는 미래 예측 대회가 있습니다. 매 분기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한 사람을 뽑아 상금을 주지요. 2015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수백명의 전문가가 참가하는데, 가장 최근 대회에선 인공지능(AI)이 처음으로 10위 안에 들어 주목받았습니다.
미래 예측 대회 첫 10위권 든 인공지능
메타큘러스 컵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을 주제로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지난달부터 시작된 가을 메타큘러스 컵의 질문은 "올해 프랑스에는 60만명 이상을 동원한 정치 시위가 벌어질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올해 안에 모든 인질을 풀어줄까?", "미국은 올해 아르헨티나에 구제 금융을 지원할까?" 등 총 30개입니다.
이처럼 질문 주제가 광범위한 탓에 참가자의 직업, 전문성, 상식 등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참가자들은 메타큘러스가 제공하는 짤막한 배경 상식과 관련 자료에 의존해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하고, 가장 많이 맞춘 1, 2, 3등이 상금을 나눠 갖습니다. 즉 메타큘러스 컵은 한정된 정보로 가장 좋은 판단을 내리는 미래 예측 전문가를 가리는 대회입니다.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미래 예측을 할 수 있을까요? 올해 1분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맨틱(Mantic)이 내세운 AI가 메타큘러스 컵 종합 8위를 차지했습니다. 맨틱은 구글 딥마인드 출신 AI 과학자 토비 셰블레인 등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미래 예측 AI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집단 지성으로 인간 직관력·통찰력 따라잡는 AI
미래 예측은 지금껏 인간의 독무대였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불완전한 정보입니다. 미래 예측은 관련 데이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은 상태로 이뤄집니다. 데이터 품질이 성능을 결정하는 AI에 치명적인 맹점이지만, 인간의 직관력과 통찰력이 빛나는 순간이지요.
맨틱 AI는 이런 불리함을 '집단 지성'으로 해결했습니다. 즉, 하나의 거대한 AI 모델이 문제를 푸는 게 아닌, 작은 모델 수십 개가 내린 판단의 평균치로 미래를 예측하는 겁니다. 흥미롭게도 집단 지성 예측은 실제 메타큘러스 컵에서 매년 4~5위 안에 꾸준히 드는 우수한 미래 예측법이라고 합니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온라인 베팅, 온갖 사건에 대한 베팅 기회르 제공하는 플랫폼인 폴리마켓도 집단 지성 예측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인간에게 없는 신속성으로 미래 예측 자동화
미래 예측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십수년간 연구해 온 주제입니다.
시작은 필립 테틀록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로, 그는 2005년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 미래의 다양한 일을 예측하는 '굿 저지먼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굿 저지먼트 프로젝트는 미국, 영국 정부의 관심을 끌었고, 두 나라는 각각 인퍼(INFER·통합 예측 및 위험 예상) 프로젝트, 코스믹 바자르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 내 고위 공무원·외교관·정보 요원에 미래 예측 훈련을 수행해 왔습니다.
인퍼 프로젝트와 코스믹 바자르 프로젝트는 2023년 양국 공동 프로젝트로 통합됐고, 향후 국가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공공 정책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는 "예측 전문가 수천명을 양성해 유용한 관점과 통찰력을 받으면 정책 결정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다"며 "또 예측은 향후 정책의 결과를 모니터링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을 조기 경보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맨틱(Mantic)이 시연한 '미 공군의 공습 가능성' 예측 시나리오. 지난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시점이 임박하자 가능성이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맨틱 홈페이지
원본보기 아이콘맨틱은 AI를 이용한 미래 예측법이 언젠가 공공 기관의 필수 기술로 자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AI 예측의 정확도가 빠른 속도로 개선 중이기 때문입니다. 맨틱의 AI 챗봇은 지난해 메타큘러스 컵 300위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10위권 안에 듭니다. 이와 관련해 데거 투란 메타큘러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술 전문 매체 '퓨처로 프로시모'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속도로는 2029년 안에 인간이 (미래 예측에서) AI에게 추월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AI의 신속성입니다. 인간 미래 예측가는 한두 개의 문제를 푸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온갖 주제로 미래 예측을 하다 보면 곧 정신력도 소진됩니다. 하지만 AI는 최신 정보를 받을 때마다 즉각 예측 결과를 갱신할 수 있습니다. 즉, 미래에 특정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셰블레인 맨틱 CEO는 "우리의 AI는 미래를 예측하고, 그 정확도를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밀리초 단위로 단축할 것"이라며 "그동안 인간의 두뇌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예측의 산업화'를 이룩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전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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