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모키어 "韓 성공은 개방과 기술 유입…저출산이 유일한 위험"
피터 하윗 "새 아이디어와 혁신 유입이 저출산 해법"
AI 평가는 엇갈려…하윗 "규제 필요", 모키어 "도구일뿐"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피터 하윗(79) 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가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혁신 동력으로 '개방성'을 꼽았다. 국경을 넘는 개방성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한국 경제 성장의 원천이라는 분석이다.
두 교수는 또한 당면한 최대 과제로는 저출산율과 초고령화를 지적하며, 출산율 제고와 함께 해외 기술·연구 인력 유입과 같은 국경 개방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키어 "韓 성장 원동력은 개방성…유일한 과제는 세계 최저 출산율"
모키어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수상 발표 직후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의 혁신과 지속적 성장 방안에 대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은 성공한 나라로 지금까지처럼 국경을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면서 "유일한 문제는 지구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므로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의 성공 요인으로 국경을 열어 세계 최고 기술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 1인당 소득이 매우 낮았지만, 오늘날 부유한 국가 반열에 오르는 등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계속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 혁신의 사례로는 자동차 산업을 언급하며 "그들(한국)은 달리고 또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지만 많은 나라들이 (자국과) 한국의 위치를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의 성장을 위협할 유일한 위험으로 저출산을 지목했다. 그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라며 낮은 출산율과 인구구조 변화를 성장 정체를 초래할 주요 문제로 꼽았다.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동맹인 미국의 지원이 한국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한국은 매우 큰 나라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나라로, 그것(지정학적 위치)이 항상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한국은 미국의 지원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신의 강의 단골 소재가 남북한의 체제 차이라며 "합리적인 제도를 갖춘 국가는 형편없는 제도를 가진 나라보다 훨씬 잘살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윗 "韓, 저출산 해법도 국경 뛰어넘는 개방성…반독점 정책으로 역동성 회복해야"
하윗 교수는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등 고령화 국가의 혁신 한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고령화 해법의 핵심은 외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개방성"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유입이 제한되지 않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혁신은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에서 더 활발히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 고령화가 전반적으로 혁신에 불리할 수 있다"면서도 "한 나라의 모든 아이디어가 반드시 자국 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는 국경을 넘어 흐를 수 있으며, 학계도 그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 기술·연구 인력, 이민 수용 등 국제적 개방성을 통해 혁신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윗 교수는 또 제조업과 대기업 중심 구조인 한국 경제의 혁신 방안에 대해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역시 일부 산업에서 독점적 권력이 커져 혁신이 제약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조지프 슘페터는 과거 독점이 혁신의 동기라고 주장했지만, 우리의 연구는 경쟁으로부터의 탈출이 더 강한 혁신 유인임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의 시장 선도 기업은 혁신을 지속하고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더 큰 유인이 생긴다"면서 "한국처럼 성공한 나라가 앞으로도 혁신을 이어가고자 할 때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해 하윗 교수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역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극단적인 무역 환경 변화(제한)는 시장 규모를 축소시켜 연구개발(R&D)과 혁신 유인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역 전쟁을 피하고 교역 상대를 다양화해 시장을 개방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활발한 교역을 통해 다른 나라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며 "일부 교역국이 무역을 줄이려 한다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평가 엇갈려…하윗 "규제 필요" 모키어 "단지 도구일 뿐"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에 대한 전망에서는 두 교수의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하윗 교수는 "AI가 전기, 증기기관차, 20세기 IT 혁명을 잇는 또 하나의 범용기술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 창조적 파괴의 효과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대재편의 시기(big shakeout period)'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AI가 엄청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하윗 교수는 "이 충돌은 규제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의 사적 유인만으로는 이 갈등을 사회에 가장 최선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모키어 교수는 AI를 보다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AI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지구를 장악할 괴물이 아니라 단지 도구일 뿐"이라며 "기계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란 생각은 완전히 터무니없다. AI는 정보를 집약하고 빠르게 처리하지만, 인간의 주도성·직관·야망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미경, 망원경, 레이저 등 도구의 발전이 과학의 진보를 이끌었듯, AI도 그런 도구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모키어 교수는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우리가 더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게 만든다"며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 맡게 되면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장 큰 위협은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이 아닌 '노동력 부족(labor scarcity)'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일하고 세금을 낼 사람은 줄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며 "인구 구조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이 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하윗, 모키어 교수와 함께 필리프 아기옹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등 3인을 선정했다. 위원회는 모키어 교수가 기술혁신이 장기적 경제 성장의 기반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이론적으로 규명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아기옹과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이론을 정립해, 혁신과 경쟁이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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