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조엘 모키어 간담회
"한국은 성공한 나라…개방성·최고 기술 이어가야"
남북, 제도 중요성 보여주는 대표 사례
中 인접 지정학 리스크 속 美 지원으로 가난 탈피
"AI는 위협 아닌 도구…기술이 인구 감소 메울 것"
"한국은 성공한 나라로 지금까지처럼 국경을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지속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유일한 문제는 지구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므로 아이를 더 낳아야 합니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수상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혁신과 지속적 성장 방안에 대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의 성공 요인으로 개방성과 기술 혁신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 1인당 소득이 매우 낮았지만 오늘날 부유한 국가 반열에 오르는 등 기적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한국은 지금까지 해온 대로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계속 연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술 혁신의 사례로는 자동차 산업을 들었다. 그는 "그들(한국)은 달리고 또 달리는 자동차를 만든다"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한다지만 많은 나라들이 (자국과) 한국의 위치를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는 또 자신의 강의 단골 소재라며 남북한의 체제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제도에 대해 강의할 때 늘 남한과 북한을 전형적인 대조 사례로 소개한다"며 "합리적인 제도를 갖춘 국가는 형편없는 제도를 가진 나라보다 훨씬 잘살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나 미얀마 같은 나라들이 진짜 걱정"이라고도 지적했다.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동맹인 미국의 지원이 한국의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모키어 교수는 "한국은 매우 큰 나라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나라로, 그것(지정학적 위치)이 늘 잘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한국은 미국의 지원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했다.
한국의 성장을 위협할 유일한 위험으로는 저출산을 꼽았다. 그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라며 낮은 출산율과 인구구조 변화를 성장 정체를 초래할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인류를 멸망시키고 지구를 장악할 괴물이 아니라 단지 도구일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이란 생각은 완전히 터무니없다"며 "AI는 정보를 집약하고 빠르게 처리하지만 인간의 주도성·직관·야망은 없다"고 봤다. 이어 "현미경, 망원경, 레이저 등 도구의 발전이 과학의 진보를 이끌었듯, AI도 그런 도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그는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더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게 만든다"며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 맡게 되면 인간은 더 높은 수준의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우려되는 건 기술적 실업이 아니라 노동력 부족"이라며 "일하고 세금을 낼 사람은 줄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다. 인구 구조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이 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필리프 아기옹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하윗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모키어 교수가 기술 혁신은 기존 이익에 도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고 변화를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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