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 성추행 피해도 67.7%
반말이나 비하 발언 97.8%
피해 알려도 73.2% '적절한 조치 없어'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10명 중 8명이 고객에게 성희롱당한 적이 있으며, 거의 모든 이가 반말이나 비하 발언 등 언어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손솔 의원(진보당)이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실시한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 인권·안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2%가 고객의 성희롱 피해를, 67.7%는 신체적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97.8%는 반말이나 비하 발언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인권 침해가 일상처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골프장에서 근무 중인 경기보조원 9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캐디들이 경험한 기타 인권침해 사례로는 욕설과 폭언 75.3%, 물건 던짐 61.3%, 신체적 위협 32.3%, 신체 폭행 12.9% 등으로 집계됐다.
피해 상황을 사업주에게 알렸을 경우의 대응도 매우 미흡했다. 응답자의 44.1%는 "아무 조치가 없다", 26.9%는 "그냥 참으라고 하거나 방관함", 2.2%는 오히려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응답"을 들었다고 답했다. 전체 73.2%가 부적절하거나 무대응이었다는 의미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 장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일시적 중단 또는 업무 전환, 휴게 시간 연장, 치료 및 상담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골프장 내에 안내 문구를 게시, 예약 시 전화로 응대하는 경우 음성 안내, 건강 장해 예방 관련 교육을 하도록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의 44.1%가 사업장의 사업주가 고객의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제도와 현장 사이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겪는 신체적 위험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골프장 위험 요소와 안전사고에 대해 4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홀 사이 간격이 가까워 날아오는 공에 맞는 사고' 3.4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코스 내 단차로 인한 발목 부상 우려' 3.32점, '폭우와 폭설 시 카트 미끄러짐 사고' 3.2점, '같은 팀 내에서 공에 맞는 사고' 3.06점, '고객의 클럽에 맞는 사고' 3.01점 순으로 나타났다.
손솔 의원은 "캐디 노동자들은 골프장의 서비스 제공자이기 전에 폭언과 낙뢰를 함께 견디는 위험 노동자"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골프장 경기 보조원의 인권 침해와 산업 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모든 골프장에서 시행하도록 법적 보호 장치를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캐디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성희롱이나 부당 대우를 겪어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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