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미국이 100% 관세 부과 예고로 받아치며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미국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13일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약속을 지켜야 중·미 경제·무역 관계가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중·미 무역이 직면한 어려움은 전적으로 미국 측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강화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위협한 데서 비롯됐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세계 시장의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다시 무역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2025년 중·미의 경제·무역 관계는 우여곡절의 여정을 겪으며 협력하면 양국이 모두 이익을 보고 대립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는 것이 철칙임을 증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발전을 압박하거나 봉쇄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서 있다"며 "한쪽에는 입장이 확고하고 레드라인(한계선)이 분명하며 국제 무역 질서의 안정에 초점을 둔 중국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부족하며 이중잣대에 빠져있는 미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받아쳤다. 양국은 지난 4월 세자릿수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전쟁'을 벌이다 이후 고위급 협상을 이어오며 잠정 휴전 상태다. 그러나 이번 일로 다시 무역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맞불 대응에 시장이 충격을 받자 양국 모두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질 양국 정상 회동을 앞두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홍콩 성도일보는 '중미 무역전쟁은 멈춘 적이 없고, 과학기술과 금융전쟁이 이어서 막을 올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허풍과 협박 전술을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트럼프가 낡고 오래된 압박 전술을 쓸 것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했다"며 "트럼프가 관세를 100% 다시 올리겠다고 위협한 것 또한 그러한 압박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총편집인을 지낸 관변 논객 후시진은 전날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격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쓸 묘수가 더 없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이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관세를 다시 끄집어내 봤으나 이는 각계각층의 원성과 불만을 야기할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당장은 미국과 대결 카드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에도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싱가포르의 중국어 매체인 연합조보에 "미국과 동맹국들은 향후 몇 년간 비용을 따지지 않고 희토류 제조와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중국에 꼼짝 못 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조치는 중국의 희토류 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향후 국제시장에서의 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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