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아파트 찾은 오세훈 시장 '속도전' 강조
역세권 용적률 특례 655가구 추가 확보, 195가구 공공분양
신통기획 2.0 첫 단지, 서울시 "2030년 착공 목표"
조합은 2028년 착공 목표 제시 "연말 통합심의 접수"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아파트가 정비사업 최초로 195가구를 공공분양으로 공급한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로 655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중 30%를 공공분양 물량으로 확보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을 앞세운 '신속통합기획 2.0'을 통해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잡았고, 조합은 이보다 2년 빠른 2028년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오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 노후 현황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 시장이 등장하자 주민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이름을 연호했다. 오 시장은 "상가와의 갈등이 큰 장애물인데 은마에서는 해결됐다고 해서 안도했다.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속도 내는 관건"이라며 "시는 속도를 앞당기는데 진심이다. 재건축 단지와 시의 호흡이 잘 맞으면 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우리는 속도에 목숨을 건다"며 "이번 주중에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이 나올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건 빠른 속도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처리기한제 등을 통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14층, 4424가구 규모의 단지다.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고 49층, 5893가구로 정비계획을 확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사업 속도를 앞당겨 2028년 착공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정희 은마재건축 조합장은 "추진위에서 조합설립, 정비계획 변경, 통합 심의까지 이례 없는 속도로 진행됐다"며 "통합심의를 준비 중인데 연말에 접수해야 내년에 통과해서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다. 이후 관리처분인가와 이주, 철거, 착공을 2028년까지 해보려고 한다. 신통기획 2.0은 우리가 진행해야 하는 절차들이다. 변함없이 정책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하는 '신통기획 2.0'를 적용한 첫 단지다. 신통기획 2.0은 정비사업 소요 기간을 정비구역 지정까지 2년, 착공까지 6년, 준공까지 4년으로 잡고 단계별 처리기한제 등을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단축하는 공공지원계획을 말한다. 시는 2031년까지 강남구에 2만5000가구, 서울 전역에 31만가구를 착공한다. 강남권을 비롯한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지역의 정비사업 속도도 높인다.
은마아파트에는 정비사업 최초로 '공공분양주택'도 도입한다. 민간 재건축 사업에 공공분양을 결합했다.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용적률을 300%에서 331.9%로 높이고 655가구를 추가로 공급한다. 추가 공급 주택(655가구) 중 195가구는 다자녀 가구 등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227가구는 민간분양, 233가구는 공공임대다. 이 밖에 공영주차장을 설치해 대치동 학원가 상습 주차난을 해소하고, 개방형 공공도서관과 국공립어린이집·치안센터·공원·저류시설 등도 짓는다. 최 조합장은 "저류조 설치나 지하주차장 설치, 공공보행로 등도 조합원 80% 이상이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역세권 용적률 특례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기반시설이 우수한 역세권에 법적 상한의 최대 1.2배까지 용적률을 완화해 사업성을 높이는 제도다. 완화한 용적률의 30~40%는 민간분양, 60~70%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시는 신반포7차, 광장극동, 풍납극동, 명일한양 등 5개 단지에서도 역세권 용적률 특례 적용을 검토 중이다.
오 시장은 용적률 특례 완화가 공급을 확대하는 단초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역세권에 주거환경이 좋은 집을 공급하는 게 주거 안정에 관건이 된다. 역세권 특례 20% 용적률 상향은 강북에서도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은마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나, 강북 재개발 단지에 높이 제한을 푸는 것도 특정 단지나 지역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서울시 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물꼬를 트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2015년부터 주민 제안으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10년 넘게 사업이 정체됐다. 전임 시장 시절 35층 높이 규제로 50층 재건축 계획이 무산된 이력이 있다. 2023년 높이 제한 폐지 이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지하 관통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지만, 지난 1월 신통기획 자문 이후 8개월 만에 도계위 심의를 통과했다.
오 시장은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은마는 많은 분이 '재건축될까'라고 생각했던 곳이어서 더 의미가 있다"며 "이제부터 진행되는 인허가 절차상 여러 가지 중복 절차를 줄이고 주민 갈등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청과 협조해 갈등을 관리하려고 한다. 2031년까지 특히 강남 공급 물량을 2만5000가구, 2035년에는 5만가구까지 늘려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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