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4개월 연속 낙찰가율 90%대
하남, 경매 기일변경 건수 증가
경락잔금대출 잠가도 경매 시장 과열
서울 집값 급등에 경기 성남과 하남까지 불장에 들어서자,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보다 낮은 금액에, 유망한 경기 지역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은 100%를 넘어서기도 했다.
분당, 재건축 기대감 '파크타운' 고가 낙찰…4개월 연속 낙찰가율 90% 상회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평균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90%대 이상을 기록했다. 경기 전체 낙찰가율(86.9%)을 고려하면 약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70%대까지 하락했던 낙찰가율은 지난 6월(101.3%)을 기점으로 100%를 돌파하고 지난 8월에는 106.7%로 정점을 찍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다는 것은 최초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물건이 낙찰됐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달은 96.6%로 수치가 소폭 내렸으나, 전달보다 지분 매각 물건의 낙찰 건수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분매각은 낙찰 후 공유물 분할 청구 소송 등을 거쳐야 해 일반 경매에 비해 수요가 적고 낙찰가율이 낮다. 실제로 이달 경매에 나온 6건의 물건 중 지분매각과 대지권미등기 물건을 제외한 3건의 아파트가 100%가 넘는 낙찰가율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률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분당구의 지난달 낙찰률은 75%로, 경기 평균 낙찰률(38.5%)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시장에 나온 경매 물건이 낙찰되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를 안고 있는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고가 낙찰 행렬이 이어졌다. 2차 선도지구 선정을 준비 중인 분당구 파크타운 전용 135㎡와 전용 186㎡ 모두 첫 번째 경매에서 낙찰가율 110%에 주인을 찾았다. 파크타운 전용 135㎡는 최초 감정가(18억5000만원)보다 약 1억8000만원 비싼 20억2999만원에 낙찰됐다. 전용 186㎡는 23억1300만원에 낙찰되면서 최초 감정가(21억원)보다 약 2억1300만원 비싸게 거래됐다.
하남, 낙찰가율 100% 육박…경매 기일 변경 증가
이 같은 열기는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남의 지난달 평균 낙찰률은 70%, 낙찰가율은 96.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75%까지 치솟았던 낙찰률은 8월 들어 54.5%로 일시 하락했다. 투자 수요가 낮은 구축 아파트 물건들이 쏟아진 영향이 컸다. 해당 물건들이 해소되자, 지난달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모두 회복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경매기일을 변경하는 건수가 크게 늘었다. 지난 5~7월 하남의 경매 변경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는데, 지난달만 3건이 바뀌었다. 경매 기일 변경은 집을 가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겠다는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집값 상승기에는 매매가 쉬워지고 집값도 높게 받을 수 있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물건별로 보면 하남시 대명강변타운 전용 85㎡에는 응찰자 15명이 몰렸다. 해당 물건은 한 차례 유찰돼 최저 낙찰가가 70%까지 떨어졌으나 두 번째 경매에서 낙찰가율 100.1%인 7억9600만원에 거래됐다. 하남 감일 센트레빌 전용 75㎡ 경매의 경우 낙찰가율 105%(약 9억42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는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도 경매시장이 위축되지 않는다는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6·27 대출 규제와 9·7대책 이후 가계대출을 통한 경락잔금 확보와 매매사업자 대출에 제약이 생긴 상황에서도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현 연구원은 "2021년 부동산 불장에서 전국 경매시장의 낙찰률이 70~80% 선이었다. 현재 분당과 하남의 낙찰률은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 대책에도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유의미한 폭으로 동반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은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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