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자수첩]'사법부 압박' 무대가 된 국정감사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기자수첩]'사법부 압박' 무대가 된 국정감사
AD
원본보기 아이콘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해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국감에서 여당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진 데 대한 답변인 셈이다.

'조희대 전원합의체'가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빠른 속도로 심리해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5월 판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이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대법원이 해당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법관 전원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는 것을 공지했다면, 판결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거나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여당으로부터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앉혀두고 '왜 그런 판결을 했느냐'고 따지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자 사법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두고,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국감장에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다는 것은 사법부 전체를 흔들려는 의도로 비친다. 사실상 대법원장을 망신 주기 위한 '무대'로 국감장을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재판을 총괄하는 대법원장이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는 관행이 30년 넘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고, 둘째 전체 재판에 대한 문제까지 모두 질의응답을 해야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다.

민주당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이 질의응답에 응하지 않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대법원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세우려는 야당을 막아선 적이 있다. 왜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한 명쾌한 입장은 없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1시간30분가량 국감장에 머물면서 자신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댄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법사위원들은 15일 대법원을 찾아 현장검증 형식으로 두 번째 대법원 국감을 진행한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존중하는 집권당의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언론사 홈 구독
언론사 홈 구독
top버튼

한 눈에 보는 오늘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