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부터 2019년까지 금값과 주가는 서로 다른 리듬을 타며 움직여왔다. 한쪽이 오를 때 다른 쪽은 떨어졌다. 그러나 2020년 이후로는 두 자산 가격이 같이 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동반 상승할 것인가?
1970년대는 세계 경제의 변곡점이었다.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지고 금 태환이 종료되면서 금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오일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금 수요를 자극했고, 금 가격은 급등했다. 1970년 1월에 온스당 34.94달러였던 금값이 1980년 9월에는 666.75달러로 19.1배나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은 1.3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80~2000년에는 주식의 시대였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고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잡았다. 1990년대에는 정보통신혁명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특히 1996~2000년에는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9%로 그 이전 25년 평균(1.5%)보다 대폭 개선됐다. 이 기간에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3%였는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1.7%로 낮았다. 이런 신경제를 바탕으로 1999년 말 S&P500이 1408.11로 1979년 말보다 13.1배나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값은 43.8% 하락했다.
2000년대 들어 금과 주식의 판도가 다시 바뀌었다. 닷컴 버블 붕괴와 9·11 테러, 그리고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을 자극했고, 금은 다시 주목받았다. 1999년 12월에서 2011년 8월까지 금값이 6.3배 올랐으나, S&P500은 13.4% 떨어졌다.
2020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로는 금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2019년 12월에서 2025년 9월 사이에 금값이 2.5배, S&P500이 2.1배 올라 유사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동성 증가가 두 자산 가격을 같이 상승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2020년 세계 경제는 -2.8% 성장으로 IMF가 세계 경제성장 통계를 발표한 198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역사상 유례없는 유동성을 쏟아부었다. 특히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하고 양적 완화를 통해 거의 5조달러에 가까운 돈을 공급했다. 시장에 넘치는 돈이 금과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두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다가 미국의 유동성 증가는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하락 기대로 이어져 금값을 온스당 400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 인공지능(AI) 혁명이라 할 정도로 AI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S&P500을 사상 최고치에 이르게 했다.
문제는 금값과 주가가 고평가 영역에 들어섰다는 데 있다. 금값을 결정하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 미국 소비자물가(CPI), 국채 10년 금리 등으로 추정해보면 9월 말 현재 금값은 30% 정도 고평가되었다. S&P500의 고평가 정도는 금보다 더 심하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 지표가 역사적 평균보다 50% 이상 높다. 국내총생산(GDP)이나 광의통화(M2)로 보면 주식시장 거품 정도는 2000년 IT 거품 이상이다. 미국 전체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했을 때 2025년 3분기 버핏지수(=주식시가총액/명목 GDP)는 349%로 추정돼, 2000년 1분기 210%를 크게 넘어섰다. 또 주식 시가총액이 M2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도 올해 3분기 484%로 2000년 1분기 443%보다 더 높다.
고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금값과 주가가 같이 하락할 수 있다. 그 이후는 인플레이션과 Fed의 통화정책, 달러인덱스,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변수에 달려 있다. 금과 주식은 그 시대가 안고 있는 '불안과 희망'의 상징이다. 미국 경제에 내재한 대내외 불균형(정부와 대외 부채 역사상 최고치)과 미국 힘의 상대적 약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희망보다는 불안이라는 단어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주가보다는 금값이 더 오르는 10년이 전개될 것 같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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