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 관세에
中 "단호 대응"
경주 회담 앞두고 기싸움 본격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관세·희토류 맞불전'으로 격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제네바에서 맺은 무역 휴전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양국 긴장 고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양국의 희토류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다시 불붙으면서 이달 말 한국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여부가 양국 관계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12일 "반드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이후에도 중국 기업을 새로운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수출 통제를 남용하고, 국가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해왔다"며 "필요시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한 상응 조치(corresponding measures)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무부는 또 대화를 지속하자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관세전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맞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이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과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규모 수출 통제(export controls on a large scale)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무역과 관련해 극도로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것을 방금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일 희토류 합금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고,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고 이날 밝혔다.
미·중이 희토류와 관세로 보복전을 재개하면서 지난 5월 제네바에서 맺은 무역 휴전이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연구소 후퉁리서치의 펑추청은 "마드리드 회담 이후 양측 모두 긴장 완화를 모색했지만 9월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양국의 충돌이 당초 이달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 싸움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시 주석의 '희토류 카드'는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협상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경주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협상 카드'를 쌓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P통신은 "이번 공방이 트럼프·시진핑 회담을 좌초시킬 위험이 있으며, 지난 4월 잠시 중단됐던 관세전쟁의 휴전을 끝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이번 충돌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였다"며 "양측이 회담을 살리기 위해 긴장을 완화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달 말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성사 여부가 미·중 관계의 향후 흐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양국이 최소한 대화 채널을 유지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지만, 회담이 무산될 경우 지난 5월 제네바 휴전 이후 이어졌던 '관세 완화 기대감'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예정된 시 주석과의 회담을 공식적으로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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