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가계 금 보유량 약 3만4600t 달해…美 중앙은행 4배↑
인도서 금은 문화·사회와 밀접…부의 이전 수단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도 가계가 보유한 금 자산 가치가 약 3조8000억달러(약 552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대를 거쳐 축적된 금이 급등세를 타면서 인도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 인도 가계의 금 보유량이 약 3만4600t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민간 보유량(1만2349t)의 세 배 수준이다.
각국 중앙은행 보유량과 비교해도 인도 가계의 금 보유량은 미국(8133t)이나 독일(3350t) 등 주요 보유국보다 4배 이상 많다. 인도 중앙은행의 보유량(880t)과 비교하면 39배에 이른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급등한 금값 덕분에 인도 가계의 금 자산 가치가 약 3조80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보고서 작성자 우파사나 차크라와 바니 감비르 이코노미스트는 "금값 상승세 속에서 인도 가계의 막대한 금 보유가 대차대조표를 개선하는 긍정적인 부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 인도에서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문화와 종교,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린 자산이다. 가계는 금을 장기 저축이자 비상시 재정 안전망으로 활용하며, 결혼이나 축제 때에는 선물로 주고받는다. 이 때문에 금은 세대 간 부의 이전 수단으로 기능한다.
인도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 장신구(560t)를 구매했으며, 금괴 구매량도 240t에 달했다. 연간 약 1000만건의 결혼이 이뤄지는 인도 결혼 문화는 금 수요를 지탱하는 핵심 요인이다. 결혼식 관련 수요만 연간 300~400t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인도의 금 생산량은 2022년 기준 1t에 불과하다. 엄격한 채굴 규제로 인해 대부분의 금(700t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도 금의 비중은 두드러진다. 주식이 전체 자산의 6% 미만이지만 금은 약 15%를 차지한다. 금을 담보로 한 대출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인도 내 금 담보 대출 건수는 4월보다 68% 늘었으며,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증가율(12.7%)의 5배를 넘는다. 인도 최대 금 담보대출 업체인 무투트파이낸스에서는 평균 15분이면 대출 승인이 끝난다.
모건스탠리는 금값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 정부의 소비세 완화와 맞물리며 인도 내 소비 여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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