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럽선 DEG 성분 46~48% 나와
복용 5세 미만 어린이 20여명 사망
인도에서 기침 시럽을 복용한 어린이 20여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이 약을 만들어 판매한 제약회사 대표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9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 인도 방송사 ND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인도 경찰은 과실치사 등 혐의로 제약회사 '스레산(Sresan)'의 대표인 랑가나탄 고빈단(75)을 체포했다. 고빈단은 허용치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의 다이에틸렌글리콜(DEG) 성분이 든 기침 시럽 '콜드리프(Coldrif)'를 판매해 이를 복용한 5세 미만 어린이 20여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어린이들이 잇따라 숨지자 도주했다가 이날 새벽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서 현상금 2만 루피(32만원)를 걸고 추적한 마디아프라데시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고빈단이 소유한 공장에서 기침 시럽과 관련한 서류들도 압수했다.
NDTV는 스레산이 콜드리프 시럽에 허용 한도인 0.1%를 훨씬 넘는 46~48%의 DEG를 첨가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타밀나두주 칸치푸람에 있는 스레산 공장에서는 신고되지 않은 DEG 용기도 발견됐다.
DEG, 글리세린 대용으로 사용
유해 물질인 DEG는 주로 자동차 부동액 등 산업용으로 쓰이지만, 일부 제약사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시럽의 용매인 글리세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DEG를 허용치 이상으로 섭취할 경우 메스꺼움, 복통, 배뇨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한 경우 급성 신부전, 발작,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피해 어린이들 또한 기침 시럽을 복용한 이후 급성 신장손상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레산 공장에서는 녹슬었거나 기능에 문제가 있는 설비, 위생 및 안전 규정 위반 정황 등이 포착됐다. 일부 매체는 이 공장이 최근 14년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사망 사례가 잇따르자 마디아프라데시주와 타밀나두주 등 인도 9개 주는 해당 기침 시럽의 판매를 금지했다. 현재 스레산의 제약 허가는 일시 정지된 상태다.
인도산 기침 시럽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서아프리카 감비아에서도 어린이 최소 69명이 인도 제약사가 생산한 기침 시럽을 먹고 사망한 사례가 있으며, 2023년에도 우즈베키스탄에서 인도산 기침 시럽을 먹은 어린이 19명이 숨졌다. WHO는 DEG 등 유해 성분이 과다하게 함유된 인도산 및 인도네시아산 기침 시럽으로 세계 7개국에서 3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숨졌다면서 제조 및 유통 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을 회원국에 경고했다. 또 인도 정부도 기침 시럽을 수출할 때 사전에 정부 실험실에서 성분 검사를 마쳤다는 인증서를 받도록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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