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취업알선 사기와 납치·감금·살인 등 강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민국 국민이 범죄조직의 상품으로 팔려가고 있다"며 탄식했다.
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이 말하고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이를 방치하고 있는가"라며 "영화 '범죄도시'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면서 "캄보디아에 갔던 대학생은 2주만에 납치감금돼, 조선족 말투의 남성의 송금협박전화 후 주검으로 발견됐고, 캄보디아 여행중 실종된 40대 남성은 현지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체포된 한국인도 2023년 3명에서 2024년 46명으로 15배 늘었고, 올해 1~7월에는 144명으로 이미 작년의 세 배를 넘었다. 같은 기간 취업 사기·감금 피해는 252건으로, 2023년(17건)의 14.8배에 달했다. 대부분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피해자들로 알려졌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미얀마·태국 등에서도 중국계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납치해 피싱 범죄에 강제로 동원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 같은 현황을 소개하면서 "더 심각한 것은 체포 이후의 인권 유린"이라며 "현지 경찰의 부패로 인해 한국인들이 돈을 내고 풀려나거나, 다른 조직에 되팔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5월 16일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에서 체포된 한국인 15명은 국내 송환이 약속됐으나 불과 2주 만에 다른 범죄조직에 넘겨졌다. 구금된 피해자들은 하루 두 끼 맑은 국물과 밥 반 공기에 의존하며, 초코파이 한 개가 4달러에 팔리는 곳에서 '돈줄' 취급을 받는다. 베개 사용료 280달러, 휴대전화 사용료 800달러를 뜯기고, 귀국 항공권 명목으로 실제보다 두 배 이상 바가지를 씌웠다는 피해 증언도 나왔다. 심지어 중국계 범죄 조직원이 한국인에게 마약 흡입을 강요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정작 한국 대사관의 영사조력은 사실상 손 놓은 수준, 피해자들은 '영사를 기다렸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 정부의 무능과 직무유기가 낳은 국격 추락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국가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기존 수사 조직의 적극적 가동, 역할확대가 시급하다"면서 "외교부·경찰청·법무부·검찰·국정원 등 관련 기관이 합동으로 긴급태스크포스를 즉각 구성하고, 즉시 우리 국민의 피해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 전원의 안전한 귀국을 위한 전면적 외교 작전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범죄인인도조약과 UN초국가적조직범죄방지협약 등 국제 협약을 적극활용해 UN 인권이사회, 인터폴, 엠네스티 등 국제기구와 공조해 부패한 현지 공권력의 책임을 엄격히 묻고, 피해자 보호와 송환에 국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 캄보디아 정부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한 압박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나 의원은 끝으로 "한미 관세통상 협상, EU 관세 대응, 국가전산망 복구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국정은 존재할 수 없다"면서 "이 참혹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라, 국가의 포기이자 통치의 실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세계한인의 날에서 '해외에 계신 우리 국민과 동포 모두의 권익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더욱 힘을 쏟겠다' 말하지 않았나. 극심한 언행 불일치"라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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