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웅천산단 입주기업에 “토지비 30% 지원” 약속하고 준공 후 ‘기준 변경’ 통보… 공무원 “그건 저희도 참…” 발언 파문
충남 보령시가 산업단지 분양 과정에서 보조금 지원 약속을 미끼로 기업을 유치한 뒤, 공장 준공 후 약속을 뒤집어 수억 원의 손실을 초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 담당 공무원이 "기준이 달라졌다"며 사실상 변경을 인정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지역 행정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9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에서 건어물 제조·가공 수출사업을 하는 A기업은 지난 2021년 보령시의 제안을 받고 웅천일반산업단지 내 부지를 매입해 90억 원 규모의 공장을 신축했다.
당시 시는 "토지매입비의 30%, 설비투자비의 14%를 각각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며 기업 이전을 적극 권유했다. 시의 확약을 신뢰한 기업은 자금계획을 세워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기업이 공장 준공 이후 시는 돌연 보조금 산정 기준을 변경해, 당초 약속했던 금액의 3분의 1 수준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자금계획이 무너지고, 수억 원대 손실을 떠안게 됐다.
아시아경제가 확보한 기업 직원과 통화 녹취록에는 시청 담당 공무원이 "기준이 달라졌다"며 사실상 약속 변경을 인정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A기업 관계자가 "계약 당시 분명 30% 지원이라 안내받았는데, 이제 와서 '기존 공장면적의 5배 이내'라니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공무원은 "그건 저희도 참… 네"라고 답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이게 분양 사기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회피했다.
특히 당시 기업유치를 담당했던 팀장도 "도(충남도) 기준에 따라 금액이 줄었다"며 "처음 안내드린 내용과 달라진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기업 측은 "보령시의 확약을 믿고 투자했는데, 지급 직전에 기준을 바꿔버려 수억 원이 사라졌다"며 "이건 명백한 기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례에는 '토지매입비 40% 범위 내 지원'이라 명시돼 있는데, 시가 뒤늦게 '기존 공장면적 5배' 조항을 들고 나온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A기업은 보령시를 상대로 7억 4000만 원의 손해배상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기업 관계자는 "행정기관의 말을 믿은 대가로 신용도와 자금이 무너졌다"며 "지자체 행정이 이 정도로 불투명할 줄은 몰랐다"고 호소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소송 중인 사안이라 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